주류 소비 감소에 혹한기를 걷는 하이트진로가 모처럼 투자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홍대입구역 인근 고깃집에서 벌인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에서 일명 '테슬라'(테라+참이슬)로 불리는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키면서다. 하이트진로가 젠슨 황이 만들어준 대형 이벤트를 촉매제 삼아 수익성 개선까지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유통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이번 저녁 만찬 자리에서 참이슬과 테라가 노출되면서 해당 브랜드를 보유한 코스피 상장사 하이트진로가 '젠슨 황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젠슨 황이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장면이 강력한 마케팅 이벤트가 되는 이른 바 '젠슨 황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날 기업으로 상장사인 하이트진로가 언급되는 것이다.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엔 하이트진로 차례다", "지난달 손절했는데 아깝다", "테슬라 관련주, 하이트진로 사려한다" 등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이 기업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작년 젠슨 황의 방한 이후 그가 방문한 식당이나 소비한 제품이 온라인상에서 화제 모으면서 관련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 주가 모멘텀으로 연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당시 젠슨 황의 선택을 받는 것이 수백억원 규모 광고 캠페인보다 더 큰 바이럴 효과를 낸다는 평가도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젠슨 황이 깐부치킨을 방문한 지난해, 상장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에프앤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등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가 이번에 젠슨 황 일행이 방문한 삼겹살 식당에 자사 주류 브랜드 제품들을 선제적으로 공급한 이유도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관심은 하이트진로가 이번 이벤트를 침체된 주류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모멘텀으로 삼아 수익성 회복까지 이룰 수 있을지에 집중된다.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 내야 진정한 '젠슨 황 효과'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주류 소비 감소와 음주 문화 변화, 원가 부담 등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국내 주류 시장의 구조적 침체로 인해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3.9% 줄어든 2조4986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7.3% 감소한 1723억원이었다. 일부러 술을 멀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경기침체에 술자리 자체가 줄면서 호프·주점이 줄줄이 문을 닫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들 업체에 주류를 공급하는 하이트진로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1만8412곳이던 '호프·간이주점' 수는 지난해 1만5580곳으로 줄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치다. 국내 주류 출고량도 감소세다. 국세청 통계포털을 보면, 2022년 326만8623㎘, 2023년 323만7036㎘, 2024년 315만1371㎘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업계는 지난해 이 수치가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가 이번 젠슨 황 이벤트를 계기로,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운 술자리, 만남의 기회와 공간 등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은 만나도 술을 잘 안 먹고, 만남 자체도 적은 '혼술' 시대다. 젠슨 황이 마셨다고 혼술하는 사람이 하이트진로 제품을 소비하느냐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며 "젠슨 황이 와서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 하이트진로가 주목할 것은 어떻게 하면 제품 하나 더 팔 수 있을까하는 단순한 차원의 고민이 아니다"며 "술자리에 대한 이미지를 소모적인 만남이 아니라, 배움이 있고 정보 교환도 하는 자리, 여럿이서 기분 좋게 그런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자리로 이미지를 상승시킬 있는 마케팅 방법, 또 그러한 자리 자체를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게 실행될 때 반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젠슨 황(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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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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