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제노동 관세·EU 철강 규제 동시 압박
수출전선 경고등…한미 관세 합의 실효성 시험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잇따라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 관련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고, EU는 다음 달부터 철강 세이프가드 기준을 강화해 사실상 고율 관세 체제로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EU와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틀 안에서 철강 무관세 할당 축소 문제를 적극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 생산품 유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60개 경제권 수입품에 다음 달부터 10% 또는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염전 강제노동과 불법 어업 문제 등을 이유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차단 조치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12.5% 관세 대상인 46개 경제권 그룹에 포함됐다. 나머지 14개 경제권에는 10% 관세율을 적용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정책에 위법 판단을 내린 뒤 추진된 대체 관세 성격이 강하다. 앞서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USTR은 다음 달 7일 공청회 등을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새 관세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협상으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12.5%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 당시 어렵게 끌어내린 관세 수준에 다시 근접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추진 중인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 결과까지 추가 관세 형태로 반영될 경우 최종 관세율이 15%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 수준인 15% 방어선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걱정하지 마라. 당초 합의했던 대로 15%가 그대로 유지되는 과정에 있다고 얘기했다"며 "만약 15%를 넘어가면 미국이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발 관세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EU도 다음 달부터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한다. 미국과 EU가 동시에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철강 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EU는 내달 1일부터 무관세 철강 수입 물량을 연간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는 기존 25% 대신 50%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EU는 지난해 기준 한국 철강 수출의 13.8%(388만4000톤)를 차지한 최대 시장이다. 한국은 지난해 EU에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 철강 제품 약 311만톤을 수출했고, 이 가운데 258만톤은 무관세 할당을 적용받았다. 나머지 물량에는 25% 관세가 매겨졌다.
하지만 새 기준이 적용되면 한국의 무관세 물량은 사실상 반토막 난다.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고율 관세가 적용돼 수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EU 철강 관세 문제를 풀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유럽을 방문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달리 EU는 한-EU FTA 틀 안에서 협상이 가능하다"며 "EU는 우리와 비슷한 입장인 만큼 기존 대화 채널을 적극 가동해 협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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