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선도적인 도입으로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은 유의미하게 단축됐으나 기업의 실제 생산량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효율성 향상이라는 첫 관문은 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 혁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7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산업계의 AI 활용은 개별 작업의 효율성 단계에 진입했으나 거시적 관점의 생산성 단계로는 충분히 도약하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가계 조사를 바탕으로 AI 활용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 절감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무 시간은 기존 대비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주당 약 1시간30분의 잉여 시간이 창출된 셈이다.
이러한 시간 절감 효과는 AI 사용 비중이 높은 'AI 고강도 사용자(상위 50%)' 그룹과 상대적으로 업무 숙련도가 낮은 '저숙련자(근속 연수 하위 50%)' 그룹에서 두드러졌다.
한은은 절감된 업무 시간이 100% 실제 생산 증가로 전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경제 전반의 잠재적 생산성 증가 효과는 약 1.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절감된 시간이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나 생산 증가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업무 시간 절감률과 업무 처리량 증가율 간의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AI가 개인 단위의 문서 요약이나 코딩 등 개별 작업의 속도는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이것이 기업 전체의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되지 못하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모든 직군에서 생산성 단절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전문직 종사자나 AI 고강도 사용자 그룹 등 일부에서는 실제 생산 증가가 관찰되기도 했다.
한은은 "AI의 생산성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선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의 재설계, 직무 재배치, 성과에 기반한 유인 체계 구축 등이 중요하다"며 "청년층의 숙련 형성 경로 변화도 지속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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