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긴축 전환 전망에 대출금리 급등
신용대출 금리도 상단 6% 돌파 눈앞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권 대출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고환율과 물가 불안에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2022년 긴축기 이후 처음으로 7.3%를 넘어섰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데다 '빚투족(빚내서 투자)'까지 늘어 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고정금리는 연 4.39~7.33%로 집계됐다. 지난달 8일 연 4.40~7.00%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금리 상단이 0.33%포인트(p)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 연 3.93~6.23%와 비교하면 올해 들어 상단은 1.10%p, 하단은 0.46%p 높아졌다.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7.3%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8개월여 만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3.00%로 현재 기준금리인 연 2.50%보다 0.50%p 높았다. 기준금리는 당시보다 낮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과거 긴축기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것은 은행채 금리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8일 4.019%에서 이달 5일 4.413%로 상승했다. 한 달 사이 0.4%p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4.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1월 14일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등급·1년 만기 기준 연 4.31~5.93%로 집계됐다. 상단은 6%에 가까워졌다. 한 달 전보다 상단은 0.31%p, 하단은 0.24%p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385%p 상승한 영향이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신규 코픽스 기준 연 3.83~6.23%로 한 달 전보다 상·하단이 각각 0.18%p 높아졌다.
시장금리 상승에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됐다. 중동 전쟁 이후 물가와 환율 불안이 커진 데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통화긴축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날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202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 등으로 1550원대까지 치솟았다.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지면서 금리 인상을 통한 대응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신 총재도 최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며 "금리차가 줄게 되면 원화 절하 압력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 대응에서 금리의 역할을 이전보다 넓게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연내 1~2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7월에 이어 8월까지 연속 인상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올해 7월과 10월, 내년 1월과 4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올릴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개인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자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과 증시 조정이 맞물리면 이자 부담과 투자 손실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06조5154억원에서 지난 4일 107조5048억원으로 늘었다. 불과 3영업일 만에 1조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하루 평균 3300억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신용대출이 2조1741억원 늘어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빚을 내 투자에 나선 차주들이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어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개인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가파른 증시 조정이 발생할 경우 차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 리스크로 번지며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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