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끊이지 않는 전산 장애와 해킹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빗썸은 최근 발생한 '비트코인 오(誤)지급' 사태로 25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사고를 정의하는 기준과 보상 방식이 거래소마다 천차만별이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최근 6년간 이들 거래소에서 발생한 해킹 및 전산 사고는 총 57건으로 집계됐다.

거래소별 누적 사고 건수는 업비트가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빗썸(14건), 고팍스(8건), 코인원(6건), 코빗(3건)이 뒤를 이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피해 보상액이다. 빗썸은 지난 2월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입력 실수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약 25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보상했다.

당시 이벤트 당첨금으로 62만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직원이 수량 단위를 잘못 입력하면서 무려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전송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국회에 출석해 "폭넓은 피해자 구제"를 약속했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대규모 보상금이 집행됐다.

업계 1위 업비트 역시 대형 악재로 거액을 지출했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27일 솔라나 계열 24종 코인 약 1040억개(당시 시세 약 445억원)가 정체불명의 외부 지갑으로 탈취당하는 해킹 사고를 겪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두나무와 네이버의 합병 발표 행사가 끝난 뒤에야 해킹 사실을 지연 공지해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업비트는 피해 자산 중 26억원을 동결하고 회수 및 보상 절차를 밟아 약 7억9000만원을 보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비트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발생한 트래픽 폭주에 따른 전산 마비 사태로 1153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 이 중 일부를 수용해 무려 32억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거래소들의 고무줄 잣대다. 현재 5대 거래소의 사고 집계 기준과 보상 형태는 명확한 규정 없이 각사의 자체 약관에만 의존하고 있다.

고팍스의 경우 단순 자산목록 조회 오류까지 전산 사고로 집계했다.

빗썸은 '전체 고객이 10분 이상 핵심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에만 중대 전산 사고로 한정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피해 보상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산 사고 관련 총보상액은 업비트 32억1000여만원, 빗썸 32억여원, 코인원 4900여만원(작년 3월 닐리온 매도 중단 사태) 순이었으나 현금 배상 대신 자사 서비스 이용권을 지급했다.

빗썸은 지난해 9월 긴급 시스템 점검으로 피해를 본 132명에게 1억2000여만원의 현금성 보상과 함께 1억원 상당의 '수수료 무료 쿠폰'을 섞어서 지급하기도 했다. 코빗과 고팍스는 집계 기간에 실질적인 금전 보상 내역이 전무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들의 사고 대처 방식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에 머물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명확한 사고 분류 기준과 객관적인 보상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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