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지만 숙제는 남았다. 우리 경제는 겉으로는 호황이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수출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고물가와 고환율 부담은 여전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선거를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다고 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난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기간 내내 쏟아진 공약과 구호, 상대 진영을 향한 비난과 공격을 뒤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구조개혁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호황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확산되는 'N% 성과급' 논란 역시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의 단면이다. 공정한 보상체계와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개혁이 모두 정치적 부담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당장 표로 연결되기 어렵고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거세다. 그래서 정치권은 선거가 다가오면 개혁보다 인기 영합적 정책에 기울었고, 역대 정부 역시 필요성을 알면서도 번번이 개혁을 미뤄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치'와 '선거를 마친 정치'는 달라야 한다. 선거 때는 국민의 선택을 구하지만 선거 이후에라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정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결단이다. 지금이야말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정치권은 표 계산기를 내려놓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죄어야 한다. 그것이 민심에 대한 진정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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