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콜롬비아 대선 결선에 진출한 극우 성향의 아벨라르도 에스프리에야(48) 후보를 공개 지지했습니다. 남미에서 또 하나의 ‘트럼프 현상’이 현실이 될 조짐입니다. 좌파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안한 민심이 맞물리면서 콜롬비아가 정치적 실험대 위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에스프리에야 ‘조국의 수호자들’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에스프리에야 후보가 호랑이를 의미하는 ‘엘 티그레’(El Tigre)로 불린다면서 그가 지난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오른 것을 축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프리에야 후보와 결선에서 맞붙는 현 여당 ‘역사적 동맹’의 이반 세페다 후보를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지칭하면서 두 후보가 오는 6월 21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콜롬비아 미래와 미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에스프리에야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된 것은 영광”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어 극우 이단아이자 정치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는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 꼴 정치인입니다.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아마존 밀림에 거대 교도소 10개를 짓겠다고 공약하고, 대통령과 군대에 광범위한 권한을 임시 부여하는 계엄령에 찬성하는 등 강성 우파적 시각으로 어필하며 이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31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1036만1499표(43.7%)를 얻어 968만8361표(40.9%)를 얻은 집권 여당 후보 세페다를 제치고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했습니다.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표가 에스프리에야 쪽으로 결집하면서 뜻밖의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통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팔로마 발렌시아 ‘민주중심당’ 후보는 선거 초반 20% 가까운 지지율로 에스프리에야와 호각세를 이뤘지만, 유세가 진행될수록 같은 우파 진영에 속한 에스프리에야에게 표를 빼앗기는 치욕을 맛보았습니다. 미국으로 치면 공화당 정통 후보로 나선 것인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입니다. 발렌시아는 전직 대통령을 지낸 기예르모 레온 발렌시아의 손녀로, 콜롬비아 주류사회를 대표하는 우파 명문가 출신입니다.
갑작스럽게 콜롬비아 정치계의 ‘핵폭풍’으로 등장한 에스프리에야는 트럼프가 그랬듯, 정치계의 이단아입니다. 그 어떤 공직 경험도 없습니다. 50에 가까운 나이 동안 오로지 돈을 버는 데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변호했습니다. 콜롬비아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 기업의 수장 다비드 무르시아 구스만을 변호했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자금 세탁책으로 지목된 알렉스 사브를 도왔으며, 우익 무장단체 조직지도자들의 감형도 이끌었습니다. 결국 가장 수임료를 많이 받는 변호사가 되면서 커다란 로펌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큰 부를 쌓자 정치에 도전한 것입니다. 그는 ‘조국을 굳건히’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대선에 도전했고,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승률 높은 ‘스타 변호사’답게 능숙한 언변으로 대중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은 상당합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그가 내뱉는 강성 언사와 과감한 정책은 기존 좌파 정부의 실정에 지친 보수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사상 첫 좌파 정권이 들어섰지만, 치안과 체감경기 악화로 우향우 서사를 갈망하는 대중적 정서가 이번 대선에서 에스프리에야라는 ‘이단아’를 키워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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