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어린이집과 학교가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라뇨. 전자파나 소음, 화재 위험 등 모든 게 우려되는 상황이에요."
"이미 투입된 비용도 있고, 저희도 법에서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인데 속이 타네요."
인공지능(AI) 인프라 중 하나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두고 수도권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민 민원이 쏟아지면서 지자체는 건축 허가 및 착공 신고 등을 반려하는 등 사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6가의 한 데이터센터 건립 예정 부지. 현장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고 주변 아파트 단지와 업무 시설 곳곳엔 데이터 센터 건립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양평동6가에 들어설 예정인 소규모 데이터센터의 인허가가 최근 반려됐다. 당초 계획대로면 지난해 9월쯤 인허가를 받고 다음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막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는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동 외에도 영등포구 문래동, 금천구 독산동, 경기 과천 주암지구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두고 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주민들은 전자파 노출, 열 발생, 소음 문제, 화재 발생 시 피해 확산 등을 우려하는 반면 사업자들은 규정대로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비용도 투입했는데, 공사가 지연되면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1 제24호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중심상업지역, 일반상업지역, 준공업지역 등에 건축할 수 있다.
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지자체에 문의해도 주민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행정심판을 제기하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전력수급계획 등 꼼꼼히 필요 서류를 챙기고 전자파 노출 및 소음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설명 자료까지 만들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곳이 많아지면서 인허가 추이도 감소세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3년 25건이었던 전국 데이터센터 인허가 수는 2024년 18건, 2025년 14건으로 줄었고, 올해 1분기 기준 4건에 불과하다. AI 인프라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인허가 수는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주민 인식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실제로 데이터센터가 조성됐을 때, 전자파 노출 위험 등이 낮다고 하더라도 주민 입장에선 일종의 기피시설로 인식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면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 편의시설이나 커뮤니티 시설 조성을 함께 진행하는 상생 방안을 제시하고, 사업 진행 이전에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주민들을 설명·설득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함께 공식적인 기관에서 데이터센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 보고서 등을 발행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정보 제공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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