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사토 모토노리·도미즈카 료헤이 엮음 / 황균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좋은 영화는 상영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 속에서 계속 재생되어 질문을 던진다. 21세기 일본 영화의 부흥을 알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대표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바로 그런 영화다. 세계 영화계의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해석의 가능성이 끝없이 열려 있는 텍스트에 가깝다. 책은 그 텍스트를 따라가며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를 건넨다.

책은 미국·일본·홍콩·대만·한국의 영화 연구자들이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을 엮었다. 한 편의 영화를 놓고 아홉 명의 연구자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 속 인물과 서사에서 언어와 번역, 연극과 영화의 관계, 자동차와 공간의 상징성까지 다채로운 분석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지점은 하마구치 영화 특유의 ‘대화’다. 등장 인물들이 끊임없이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다. 책은 이러한 연출 방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마구치 감독 본인의 인터뷰다. 연구자들의 분석을 읽은 감독이 직접 답하는 형식은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인터뷰에서 연기를 “사회 전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광기”라고 표현한다. 배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연기하고, 관객은 그것을 알면서도 믿는다. 감독은 바로 그 경계의 모호함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영화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은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도 담고 있다.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제작 비화가 소개된다. 일본 문화청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일본 영화산업의 지원 체계와 정책도 엿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누군가는 상실을, 누군가는 치유를, 또 다른 누군가는 소통의 문제를 읽어낸다. 책은 그 다채로운 해석의 세계를 보여준다. 한 편의 영화를 둘러싼 아홉 개의 시선은 영화 읽기의 지평을 한층 넓혀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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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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