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응 강화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줄어들고 있지만 신종 금융 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년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범죄에 연루돼 계좌를 지급정지한 사례가 15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지난달 말까지 5대 은행에서 금융사기 피해 접수에 따라 계좌 지급정지는 총 14만9176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사기 범죄 연루 계좌 지급정지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달 말까지 5개월 간 지급정지 건수는 총 7만2000여건으로, 전년 동기(3만2683건) 대비 두 배가 넘었다.

반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간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총 9353건으로, 전년 동기 1만4461건 대비 35.5% 줄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와 계좌 지급정지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외에 투자 사기 등 신종 금융 사기 피해도 은행에 함께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외에 투자 사기 등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사후에 이뤄지는 계좌 지급정지는 급증한 반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이상거래탐지체계(FDS)를 통한 임시조치는 줄었다.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5개월 간 이뤄진 임시조치는 4만6154건으로, 작년 동기(5만8609건)보다 21% 줄었다. 임시조치는 은행의 FDS가 이상 거래 정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다. FDS가 다양한 신종 피싱 유형을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신종 피싱 범죄는 임시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종 피싱 범죄 연루 계좌도 금융기관이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임시조치를 하도록 하는 가인드라인을 만들어 이달 말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피싱 유형까지 포함하는 금융권 공동 FDS도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임시조치를 했는데 사기가 아닌 경우 예금주가 입은 피해에 관해서는 각 금융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관련 신고와 민원이 급증해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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