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도요타 매장. [EPA=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도요타 매장. [EPA=연합뉴스]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올 노사협의회에서 봄철 투쟁을 뜻하는 '춘투'(春鬪) 대신, 노사가 함께 과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의 '춘공'(春共)을 선언했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도요타의 자체 미디어인 '도요타 타임즈'를 인용해 공개한 '도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토 게이스케 노조 위원장은 사측을 향해 머리띠를 매는 대신 "지금까지의 방식을 계속한다면 고정비만 상승한다"며 노조 스스로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자성(自省)을 내놓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무조건적인 고용 유지만 외칠 게 아니라, 근로자 개개인의 기술을 연마해 대체 불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노조가 생존과 일자리를 위해 사측에 먼저 손을 내밀고 혁신에 나선 모습은 가히 신선한 충격이다.

도요타 노조의 이같은 대전환은 분배와 파업 투쟁에 매몰된 한국 대기업 노조의 현실에 뼈아픈 경종을 울린다. 지금 우리 노동계의 모습은 어떠한가.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급으로 나눠달라는 요구를 관철시켜 1인당 수억원의 성과급을 보장받았다.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경영의 고유 권한인데도 말이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이런 'N% 룰' 갈등은 현대차·기아, HD현대,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자동차, 조선, IT, 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도미노처럼 확산하는 추세다. 생산성 향상이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고, 기득권 지키기와 '성과급 잔치'에만 눈이 어두워져 있다. 사측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 '파업 만능주의'가 매년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세계경제는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압도적인 1위인 도요타의 노조가 투쟁의 깃발을 내린 것은 노사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되고 결국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사측 탓만 하며 고비용 구조를 고착화하는 노조는 기업은 물론 근로자 스스로의 미래마저 갉아먹을 뿐이다. 기업들에 현대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CSR)이 부여돼 있는 것처럼, 노조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도요타 노조의 혁신은 한국 대기업 노조에 구시대적 투쟁 관행에서 벗어나 상생과 생산성 향상을 고민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엄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춘투'를 폐기하고 '춘공'의 공존을 택한 도요타 노조를 우리 노조는 배워야 한다. 노동계의 처절한 각성과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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