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한성대 석좌 교수

국가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해 누적 국가채무가 1304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국가 재정 운영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2000억원으로 2년 연속 10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 대비 3%포인트 상승해 49%로 올해 처음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재정적자 비율은 3.9%로 재정준칙 기준(3%)을 5년 연속 상회했다.

나라 빚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의 부채비율이 올해 54.4%에서 2031년 63.1%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에 대해 “부채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2013년 49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올해말 1413조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난다. 비기축통화국 11개국 중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중규모 개방경제로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11%대의 낮은 국가채무 비율과 건전 재정 덕분이었다.

재정지출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국채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출 구조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 의무지출이 4년 새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364조원에서 2029년 465조원으로 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율(6.3%)이 재량지출 증가율(4.6%)을 훨씬 상회한다. 의무지출 비율도 동기간 중 51.9%에서 55.8%로 올라간다. 퍼주기 예산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재정 배분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교육교부금 개편이 핵심 관건이다. 교육교부금은 2015년 39조2400억원에서 올해 추경 기준 76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배정하는 산정 방식 때문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내국세 초과 세수가 40조원에 달함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비대한 교육재정에 재정을 더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지난 10년간 교부금은 약 33조원 증가한 반면 학령인구는 616만명에서 516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교부금의 방만 사례는 차고 넘친다. 불용액이 30조원을 상회한다. 감사원은 연 14조원 가량 불필요한 지출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육교부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면 향후 35년간 매년 25조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예비타당성제도(예타)도 정상화돼야 한다. KDI 분석에 따르면 1999~2019년 144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창출했다.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대상 사업 1064개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382개 사업이 걸러졌다. 정부는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으로 올리고 경제성보다는 균형 발전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칠 방침이다. 정치권의 개입으로 정책적 면제 비율이 70%를 넘어 제도의 실효성이 많이 훼손됐다. 예타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파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는 타산지석이다. 핀란드는 심각한 재정난에 기초복지 수당을 최대 50%까지 줄이는 복지 제도 개편에 나섰다. 프랑스도 재정 위기로 내각이 붕괴되고 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복지 일변도 정책이 나은 인재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고유가 위기에 대응한 회원국의 과도한 재정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재정 여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새로운 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적극적 의사표시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 사태가 세계 각국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IMF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연금지출 증가 속도가 G20 선진국가 중 가장 빠르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정부는 재정을 성장과 고용을 위한 마중물로 삼고 있다. 1%대의 저성장에 고전하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강조했듯 정부가 어떤 사업을 일단 벌이면 그칠 줄 모른다. 일단 벌인 정부의 사업은 원래의 목적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기는커녕 기구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예산도 비대해지는 수가 많다. 공자는 씀씀이를 절약하고 사람을 아끼는 절용(節用)과 애인(愛人)을 치국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건전 재정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치국의 근본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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