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국가보훈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국가보훈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을 ‘인민공화국’이라 지칭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남·북·중·일 협력을 강조하며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인민공화국, 중국, 일본이 포함된다”고 한 것이다. 안 의사의 유해 발굴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려던 취지였다고는 하나, 국가의 정체성과 보훈을 책임지는 부처 수장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충격적인 발언이다.

‘인민공화국’은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칭이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으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을 엄연한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공식 석상에서 국무위원이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듯한 국호를 여과 없이 사용한 것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을 사용하자고 공론화를 제안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지 불과 한 달 만에 터져 나왔다. 대북 정책의 주무 장관이 앞장서 헌법적 가치를 흔들더니, 이제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고 국가관을 바로 세워야 할 보훈부 장관까지 부적절한 대북 호칭을 쓰며 동참한 꼴이다. 한국전쟁때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전쟁에 희생된 사상자는 국군 약 62만명, 민간인 99만명에 달한다.

북한은 최근 ‘남북 관계는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며 통일을 지우고 반민족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핵무기 보유에 이어 재래무기 또한 고도화하면서 연일 대한민국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엄중한 시점에 대한민국의 국무위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호칭을 연이어 입에 올리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북한의 ‘두 국가론’ 전술에 자발적으로 말려드는 이적(利敵) 행위나 다름없다. 권 장관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나 해프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겨선 안된다. 호국 영령과 보훈 가족을 돌보는 보훈 수장으로서 그릇된 국가관과 안보 불감증을 국민 앞에 엄숙히 사과하고, 국무위원의 말 한마디가 가진 무게를 무겁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 청와대 역시 장관들의 잇따른 ‘대북 호칭 전도’ 현상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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