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공직선거 TV토론은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자질과 공약을 서로 비교하고 검증하게 된다. 특히 아직 누구를 선택해야할 지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에게는 최종 판단의 잣대를 제공한다. 이번 ‘6·3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도 TV토론은 후보자 자질 및 지역현안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유력 후보자의 TV토론 기피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후보자의 TV토론 기피현상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들은 법으로 강제하는 각 시·도 선거방송토론회 주관 TV토론회 1회만 참여했다. 박용선 포항시장 후보는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법정 토론회마저도 불참했다. 토론에서는 정책보다 네거티브 검증이 집중되었다. 일부 후보자는 질문의 꼬투리를 잡거나, 답변 회피 및 침묵, 동문서답 등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형평을 위해 후보자에게 균등한 시간이 배분되는다는 점을 악용해 주어진 시간만을 모면하려는 ‘침대토론’도 이어졌다.
TV토론 기피를 막기 위해 법정 TV토론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정 TV토론을 2회 이상으로 확대한다면 지금처럼 초청 및 비초청 후보자를 분리하는 토론회와 후보자 전원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마련할 수 있다. 그 경우 거대 정당 후보자들의 깊이 있는 상호 토론은 물론 군소정당 후보자들의 참여가 가능해져 다양한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되는 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는 TV토론이 평일 밤 11시에 시작됐다. 토론이 자정을 넘겨 진행되면서 직장인들은 이튿날 출근 부담에 토론을 시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방송사에서 프라임 타임 방송을 꺼리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어차피 볼 사람은 밤늦게 방송하더라도 본다는 인식이 이면에 깔려 있다. 이번 광역시·도지사 TV토론 중 프라임 타임에 진행된 곳은 강원도와 전북 등 2곳에 불과했다. 더구나 서울과 강원, 전남, 울산, 대전에서는 사전투표 전날인 28일 밤에 진행되어 주변인과의 대화 및 정책 비교를 위한 숙의시간이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선거처럼 TV토론 시간을 프라임 타임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선거의 한계점은 TV토론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서울시교육감 토론에선 후보들이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점퍼를 입고 출연했다. 정당 추천을 배제하는 교육감 선거이지만 보수와 진보의 정치색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교육의 정치 개입 및 중립성 훼손에 대한 염려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정당과 연계를 강조하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임태희 후보와 안민석 후보의 경기도 교육감 후보자 TV토론은 무산 위기에서 막판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규정에는 ‘선거개시 30일 전부터 선거개시일까지 여론조사 평균 5%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문제는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뒤, 언론의 경기도 교육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임태희 후보가 여론조사와 상관없는 토론에 합의를 하면서 TV토론이 성사됐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서울에서도 재연되었다. 지난 5월 28일 문화일보 조사에서는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는 잘 모름(거절), 31%는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즉, 응답자의 25%만 지지후보를 밝히고 대다수는 무관심을 드러냈다. 이는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running mate)제’ 도입 등 교육감 선거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역설한다. 해당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6일과 27일 양일간에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여심위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 TV토론의 중요성은 이번에도 입증되었다. 외부로 비쳐지는 인상 평가와는 다른 후보자의 실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장에 출마한 현근택 후보는 자신의 집 주소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는 정책 공약집에 소개된 ‘정자리 관광단지’의 위치를 답변하지 못했다. 후보자의 지역 이해와 발전 의지를 검증하는 도구로서 나름 역할을 한 셈이다.
1960년 닉슨과 케네디의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TV토론은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후보자들은 ‘결정적 한방’을 날리거나, 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해왔다. TV토론의 본질은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한 제도이다. 그렇기에 형식적인 제도 운영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실제 의미 있는 TV토론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