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억대 사업비 지원도, 공사기간 단축도 아닌 브랜드였다.

서울 압구정과 반포 재건축 사업권은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나란히 가져갔다.

경쟁사들이 공사기간 단축과 현금성 지원 등 파격 조건을 내걸었지만, 브랜드 가치와 사업 안정성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선호 현상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각각 6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두 사업장에서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쟁사들이 공사기간 단축과 현금성 지원을 앞세워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무리한 조건 경쟁을 지양했어서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DL이앤씨가 공사기간 단축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공사기간이 짧아지면 조합원 이자 부담이 줄어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진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 공사기간을 57개월로 제시해 현대건설보다 1년 가까이 먼저 재건축을 완성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DL이앤씨의 압구정5구역 공사기간 제안에는 현실성 논란이 있다고 봤다. 압구정5구역이 최고 68층 규모의 초고층 재건축인 만큼 공사 난도가 높고 변수도 많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또 현대건설보다 낮은 금리 조건을 제시했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신반포19·25차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역대 정비사업 사업비 최저 금리인 'CD(양도성예금증서)-1%' 조건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CD금리가 2%대인 점을 고려하면 1%대 금리로 사업비를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던 것이다. 이밖에 조합원 전 가구에 2억원의 금융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도 공약했으나 표심을 뒤집지 못했다.

업계에선 정비사업 시공사 평가 기준이 건설사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융 혜택이나 현금성 지원이 조합원 표심을 좌우하기도 했지만, 두 사업장에선 힘을 쓰지 못해서다.

이런 방향성은 하반기 진행될 여의도·성수·목동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다. 여의도에선 시범아파트와 목화아파트가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들어간 상태다.

목동에서도 14개 단지 재건축 시공사 모집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인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 대한 브랜드 선호도가 다른 건설사 브랜드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유리한 금융조건을 내걸어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어느정도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역 수주전에서도 브랜드 경쟁력 우위에 있는 건설사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손에 쥐어지는 금융지원 혜택 등도 조합으로선 놓치기 아까운 조건이겠지만, 결국 재건축 후 미래 가치는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더 큰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을 여러 현장에서 봐왔기 때문에 정비사업 수주에서 브랜드 쏠림이 강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챗GPT가 생성한 일러스트.
챗GPT가 생성한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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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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