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주행으로 도심 효율 극대화

고속도로에선 스포츠카 감성

쿠페형 디자인에 고급 라운지 실내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정측면부. 임주희 기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정측면부. 임주희 기자

서울 도심 출근길은 늘 그렇듯 답답했다. 신호등마다 멈춰 서고, 차량들은 거북이걸음을 반복했다. 그런데 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의 계기판은 의외의 숫자를 보여줬다. 연료 게이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엔진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량은 전기차처럼 조용히 앞으로 미끄러졌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는 단순히 연비를 높이기 위해 전동화를 입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니다. 도심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하고, 운전자가 원할 때는 포르쉐다운 퍼포먼스를 폭발시키는 두 얼굴을 가졌다.

최근 서울 도심과 수도권 일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를 시승했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모든 요소가 배치된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1열 모습. 임주희 기자
운전자를 중심으로 모든 요소가 배치된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1열 모습. 임주희 기자

첫인상은 강렬했다. 쿠페형 루프라인이 적용된 차체는 덩치 큰 SUV임에도 날렵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HD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네 개의 점으로 구성된 주간주행등과 어우러져 한눈에 포르쉐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거대한 공기흡입구와 수평으로 넓게 뻗은 범퍼 디자인은 2.4톤이 넘는 SUV임에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외관이 강인한 스포츠 SUV라면 실내는 고급 라운지에 가까웠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모든 요소가 배치됐다. 낮게 깔린 대시보드와 스포츠 시트, 손에 감기는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정보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임주희 기자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정보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임주희 기자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옵션으로 적용됐는데,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정보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 시 동승자의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쿠페임에도 2열 헤드룸은 예상보다 여유로웠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답답함이 크지 않아 가족 단위 이동이나 장거리 여행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쿠페형 루프라인이 돋보이는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측면부. 임주희 기자
쿠페형 루프라인이 돋보이는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측면부. 임주희 기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도심 주행이었다.

이 차에는 25.9kWh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전기모터만으로도 상당 구간을 소화할 수 있어 출퇴근이나 근거리 이동에서는 엔진 개입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정체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묵직한 차체를 잊게 만들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덕분에 신호 대기 후 출발도 경쾌했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후면부. 임주희 기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후면부. 임주희 기자

준대형 SUV를 운전하고 있다는 부담도 크지 않았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적용돼 골목길 회전이나 주차장에서 차체가 생각보다 민첩하게 움직였다. 전장은 4930㎜에 달하지만 운전할 때는 그 정도 길이가 체감되지 않았다.

승차감도 인상적이었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PASM)이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을 한 번에 정리해내는 느낌이었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2열 모습. 임주희 기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 2열 모습. 임주희 기자

하지만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의 진짜 매력은 고속도로에서 드러났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3.0리터 V6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힘을 쏟아냈다. 최고출력은 519마력, 최대토크는 76.5㎏·m에 달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4.7초다. 추월 가속에서도 지체가 없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안정감은 오히려 커졌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거대한 SUV를 스포츠 세단처럼 움직이게 만들었다.

코너에서는 차체가 평평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높은 시야와 SUV의 실용성을 누리면서도 포르쉐 스포츠카 특유의 주행 감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동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성능차는 종종 감성과 효율 사이에서 타협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도심에서는 전기차에 가까운 효율과 정숙성을 제공하고, 고속도로에서는 500마력이 넘는 성능으로 운전자의 본능을 자극한다. 효율을 위해 성능을 희생하지도, 성능을 위해 효율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총평하자면 이 차는 단순히 '연비 좋은 포르쉐'가 아니라 '더 빠르고 더 똑똑해진 포르쉐'에 가깝다. 출퇴근길과 와인딩, 장거리 여행을 하나의 차로 해결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차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의 가격은 1억6360만원부터 시작하며, 시승차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동식 선블라인드, 앞좌석 통풍 기능 등 각종 옵션이 더해져 2억1190만원이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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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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