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불교협회 “법 앞에 만인 평등, 자업자득의 결과” 즉각 승적 박탈
화려한 ‘소림사 CEO’ 명성 뒤 가려진 성추문과 사생아 의혹 잔혹사
불교계 평판 치명타… 대대적인 종교 내부 감시기구 신설로 이어져
중국 쿵푸의 상징이자 천년고찰인 소림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내며 ‘소림사의 CEO’로 불렸던 전 주지가 수백억 원대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허난성 신샹시 중급인민법원은 직무상 횡령, 자금 유용, 뇌물 수수 및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류잉청(옛 법명 스융신)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350만위안(약 7억8000만원)을 선고했다고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30일 일제히 보도했다.
조사 결과 그가 지난 30년에 걸쳐 직책을 남용해 횡령하고 유용한 자금은 총 3억위안(약 66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류잉청은 법정에서 자신의 유죄를 모두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판결 직후 중국불교협회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보여줬다”며 “이는 불교계 인사들에게 강력한 경고와 각성의 계기가 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을 두고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 그의 형사범죄 혐의와 조사 사실을 공식 발표했으며, 중국불교협회는 발표 이튿날 그의 승적을 즉각 박탈한 바 있다.
1965년생인 류잉청은 중국 불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1981년 소림사에 입산한 뒤 1999년 주지 자리에 올랐으며, 지난해 축출되기 전까지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소림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소림사를 무대로 한 쿵푸 공연과 영화 제작, 기념품 판매 등 공격적인 수익사업을 전개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이 때문에 불교를 지나치게 상업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변방의 사찰이었던 소림사를 세계적인 문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도덕적 타락과 비리는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유죄가 인정된 재정 비리 외에도 그는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생아를 두었다는 의혹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5년에는 소림사 출신 승려들이 그의 성추문과 공금횡령 의혹을 실명으로 당국에 제보하기도 했다. 당시 허난성 종교사무국은 수개월간 조사를 벌인 끝에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으나, 결국 10년 만에 전방위적인 사법 처리체계가 가동되면서 파멸을 맞이했다.
소림사 성장을 이끈 주역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그의 몰락은 중국 불교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중국 불교계는 대대적인 제도 개혁에 착수했다. 중국불교협회는 지난해 말 승려들의 비위 행위를 상시 감독하고 통제하기 위한 전담 감독기구를 새로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내부 정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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