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301조’ 칼날 뽑아 든 USTR… “미 혁신가·창작자 지위 지속 훼손” 경고
이미 관세율 20% 대치 중, 과잉 생산·강제 노동 이어 3번째 전방위 압박 조치
베트남 총리 “IP 침해 대응 전념” 긴급 단속령에도 트럼프 우회 관세 장벽 직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베트남의 지식재산권(IP) 취급 방식과 정책을 겨냥한 전격적인 무역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USTR은 29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지식재산권 보호 및 단속과 관련된 베트남 정부의 행위와 정책을 들여다보고, 이것이 미국의 상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사가 끝나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마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종 협의할 계획이며, 이 절차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베트남은 수년간 미국이 지적해온 지식재산권 관련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조치를 했으나, 베트남 내 지식재산권 침해는 미국의 혁신가와 창작자들의 경쟁적 지위를 지속해서 훼손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베트남은 다양한 IP 단속 문제를 포함해 오랜 기간 이어진 우려들을 지속가능하면서 향후 IP 침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사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USTR은 지난달 발간한 ‘2026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지식재산권 감시대상국 중에서도 실제 무역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외신들은 USTR의 이번 행보가 베트남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새로운 관세 장벽 구축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해석했다.
양국의 무역 갈등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베트남에 46%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매겼다가 이후 20%로 한 차례 낮췄다. 하지만 양국은 수개월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고도 여전히 최종 무역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받으며 타격을 입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 장벽을 다시 세우기 위한 우회로를 모색하면서, 미국 정부는 잇따라 강력한 무역 조사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이번 지식재산권 조사 외에도 이미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문제를 이유로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별도의 조사 두 건을 동시에 받고 있다.
미 통상당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USTR에 광범위한 보복 조치 권한을 부여하는 법조항이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자 베트남 정부도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레 민 흥 베트남 총리는 이달 초 하노이에서 릭 스위처 USTR 부대표를 만나 “IP 침해 대응에 전념하고 있다”고 직접 강조했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달 USTR 보고서가 나온 직후 불법 복제 웹사이트와 위조 상품, 상표권 침해 행위에 대해 한 달간의 고강도 단속 명령을 내리며 행동을 취했으나, 미국의 강경한 조사 칼날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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