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 요청’ 무시한 주한미군수장…청와대, 다양한 채널 통해 우려 전달

“중국 겨눈 단검은 한국, 방패는 일본”… 동맹국을 ‘대중 견제 도구’로 치부

내부 회의서 “주권국에 단검 표현 맞나” 격앙… ‘고정 항모’ 발언 등 재조명

우리 정부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2029년 전작권 전환’ 독단적 언급도 도마

3월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을 중국 견제용 ‘단검’에 비유하는 등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자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 측에 공식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브런슨 사령관에게 수차례 자제를 요청했으나 문제성 발언이 반복되자 외교·안보의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미측에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주권국가인 한국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거침없는 언사가 한미 동맹의 기류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브런슨 사령관이 미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중국이 자국 동부 해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시아의 심장에 위치한 단검(dagger)’과 같은 한국”이라고 정의하며 “자신들의 야망이 남중국해 너머로 뻗어나가는 것을 저지하는 버팀목이자 방패 역할을 하는 일본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북아의 핵심축인 한국과 일본을 각각 중국을 겨누는 ‘단검’과 대중 전선을 막아서는 ‘방패’라는 자극적인 군사 용어로 도식화한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동맹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단순히 ‘대(對)중국 압박용 도구’로 격하한 부적절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사령관이 주권국을 ‘단검’으로 표현하는 게 맞냐”며 격앙된 반응과 함께 강한 유감의 뜻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런슨 사령관의 이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에도 한국을 가리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는 안보 도구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군사 주권과 직결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두고는 “2029년”을 대외적으로 언급해 파장을 불렀다. 이는 기존에 합의된 전작권 전환 로드맵을 바탕으로 조건이 충족되는 대로 최대한 조속히 이행하려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 및 시간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사태가 확산하자 청와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냈다. 청와대는 “최근 브런슨 사령관의 일련의 대외 발언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한미 간 제반 현안에 대해 각급에서 소통해 오고 있다”고 밝히며, 로우키(Low-key) 대응 속에서도 미측과의 엄중한 조율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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