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신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흐름을 감안하면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대내외 경제 흐름을 감안하면 더 이상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다만 신 총재는 금리 인상의 종착 지점에 대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해 유연하게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장 역시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날 기준금리는 현 수준(연 2.50%)으로 동결됐지만 시장에선 이를 사실상 금리 인상 수순의 시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상 시기는 7월로 예상된다.
지금의 경제 여건상 한은이 금리 인상을 계속 미루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고금리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큰 데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중동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은 언제든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만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고금리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잠재 리스크도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이 자칫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저금리에 익숙해진 경제 체질을 바꾸지 못한다면 작은 금리 변화에도 한국 경제는 반복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냉정한 대비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취약차주 연착륙 대책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단순한 유동성 지원이나 만기 연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종합 대응책이 뒤따라야 한다. 부동산 PF와 제2금융권 부실 위험 역시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은행권은 고금리 속 예대마진 확대에만 기대기보다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가계와 기업 역시 부채 구조를 점검해 고금리 시대 도래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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