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는 사실상 공공재가 되었다”며 대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재분배론을 제기했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협상 타결을 계기로 원·하청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활용해 상생 재원을 만들자는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다.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듣는 과거 ‘공공상생연대기금’ 모델을 국가적으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정부가 기업 이익에 강제로 개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민간 기업의 영업이익을 ‘공공재’로 규정한 발상 자체가 극히 부적절하다.
김 장관의 인식은 두가지 점에서 큰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는 반도체가 공공재라는 주장이다. 김 장관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전기와 용수, 세제 지원한 것을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거둔 영업이익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는 억지다. 이들 두 회사가 전기와 산업용수를 공짜로 쓰는 게 아니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 또 거둬들인 영업이익 중 엄청난 액수를 세금으로 낸다. 2025년 법인세 납부 총액은 11조7923억원(연결기준)에 달했다. 올해와 내년은 무려 한해 130조~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수억대 성과급을 받는 직원들이 내는 소득세도 크게 늘어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는 순전히 두 회사가 피땀으로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해온 덕분이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처럼 천문학적인 보조금도 주지 않고, R&D를 위해 주52시간 근로 규제만이라도 유연화해달라는 호소를 외면한 정부가 반도체 기업이 공공재라고 떠드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또 하나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기업들의 대규모 이익을 ‘초과이윤’이라며 이를 국가와 사회가 써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다. 기업들이 많은 이윤을 내면 이게 모두 초과이윤인가. 그렇다면 기업들이 손실을 내면 이를 국가가 메워줄 것인가. 초과이윤은 기업들의 경영과 기술혁신에서 나온 것으로 미래 경쟁을 준비하기 위한 실탄이지,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할 공공의 재원이 아니다.
노동시장 내부의 심각한 이중구조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장관의 문제의식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하청 노동자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가 맞다. 그러나 그 해법을 민간 기업의 정당한 이윤을 사실상 환수하겠다는 식의 반(反)시장적 접근에서 찾으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노동에 편향된 노동 행정을 펼쳐왔다. 앞장 서 추진한 노란봉투법은 산업현장의 대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노동자라는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근로자 추정제’ 추진 등도 기업들의 경영의지를 꺾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N% 성과급’ 논란도 이런 친노동 중심의 정책이 큰 요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중에는 김 장관이 아직도 자신을 대한민국의 장관이 아닌 노조위원장쯤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장관 자리를 노동운동하는 자리로 아는 모양이라는 말조차 나온다. 일자리 부족으로 놀고 있는 청년들이 엄청난데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일자리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도체가 공공재라는 김 장관의 발언은 시장경제를 흔드는 위험천만한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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