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법인 조사 착수… 룸살롱·편법 증여·해외 은닉재산 정조준

사주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사들이고 고급 룸살롱 비용과 고액 급여까지 회삿돈으로 처리하며 법인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제공]
사주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사들이고 고급 룸살롱 비용과 고액 급여까지 회삿돈으로 처리하며 법인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제공]

#A제조업체는 3억원이 넘는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직원 급여를 수년째 동결했지만, 사주 B씨는 명품과 고가 슈퍼카를 과시했다. 법인 명의 슈퍼카는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전시용으로 사용됐고, 룸살롱 유흥비 약 15억원도 법인 비용으로 처리됐다.

배우자가 대표를 맡은 특수관계법인에는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 자금 약 200억원을 무상대여했으며, 사주 일가 명의 해외계좌에 170억원 상당 현금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 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편법 거래로 세금을 빼돌린 정황을 대거 적발했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에도 법인차를 활용한 탈세가 끊이지 않자 국세청이 전면 조사에 나섰다.

28일 국세청에 따르면 연두색 번호판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법인 고가 차량 구매가 다시 늘고 있다.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은 2023년 5만1542대에서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이 시행된 2024년 3만3960대로 줄었다. 다만 지난해는 3만9429대로 다시 늘었다.

국세청 정부세종청사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국세청 정부세종청사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국세청 조사 결과 19개 법인이 보유한 고가 차량은 모두 90대로, 금액만 약 300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들여다보는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법인들의 탈루 수법도 더 교묘해졌다. 연두색 번호판 시행 초기에는 낙인효과를 피하려고 차량 가격을 낮춰 적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취득가액을 축소 신고한 사례가 확인됐다. 초고가 슈퍼카를 업무용 차량으로 신고한 뒤 사주 자녀들이 유흥주점과 골프장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하고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일부 법인은 자녀 회사를 거래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 명의 슈퍼카를 사주에게 헐값에 넘기고, 자녀 회사 인건비까지 대신 내주며 회삿돈을 사실상 개인 돈처럼 사용한 것이다.

아울러 일부 사주는 편법으로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유학 중인 자녀가 귀국하자 3억원대 스포츠카를 법인 명의로 사들여 사용하게 하거나, 법인 슈퍼카를 헐값에 넘겼다. 한 사주는 미성년 자녀와 180억원대 빌딩을 함께 사들이며 취득 자금을 증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수억원대 급여를 지급한 정황도 확인됐다.국세청은 법인의 편법·탈법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 기업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융계좌 추적과 디지털 포렌식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탈루 자금을 추적하고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다. 차명계좌 사용이나 증빙 조작 등 고의 탈세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법인들의 부당한 자금 유출과 편법적 증여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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