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올해 우리 경제는 당초 우려보다 나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주력 산업이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과 지역경제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거시지표와 생활경제 사이에는 여전히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재정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만 이제는 단순히 예산 규모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같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만드는 스마트한 설계가 중요하다. 예산 지원이 한 번의 정책 효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1차 지원 효과를 넘어, 그 돈이 다시 취약 부분인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지는 2차, 3차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예산 지원의 N차 효과’이다.

대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사례가 K-패스 환급금의 온누리상품권 지급이다. K-패스는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용 금액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제도다. 2024년 5월 시행 이후 이용자는 빠르게 증가해 올해 4월 기준 50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 예산 역시 2024년 735억원에서 올해 5580억원 규모로 크게 확대됐다.

현재 K-패스 환급은 현금성 지급방식이 대부분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직관적이고 편리한 방식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이용자 개인에게 한 차례 전달되는 데 그친다. 여기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K-패스 환급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1차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2차 효과가 새로 생기게 된다. 환급받은 상품권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교통비 지원 예산이 지역 소비로 이어지며 다시 경제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현금과 상품권은 다르다. 현금은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지만 상품권은 사용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선택권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의무화보다는 선택형 설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현금 환급은 유지하되, 온누리상품권을 선택한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온누리상품권은 개인에게 7%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되므로, 그 범위 안에서 인센티브를 설정하면 된다. 작은 인센티브가 정책 참여를 유도하고, 한 번의 예산 지원으로 두 번의 지원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 실시한 상생페이백이 비슷한 논리이다. 상생페이백은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이전 년도보다 증가하면 월평균 카드사용액 증가분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한 사업이다. 이로 인해 1170만명 국민이 1조3060억원의 지원을 받아 환급받은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에 사용하였다. 이 정책으로 국민뿐 아니라 소상공인까지 모두 두 번의 지원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같은 원리는 지방자치단체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K-패스와 같은 전국 단위 정책은 온누리상품권과 연결하고, 특정 지역 대상 정책은 지역화폐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교통비 지원, 복지수당, 청년지원금 , 출산·육아 지원금 등을 선택형 지역화폐로 설계한다면 예산은 다시 지역경제 상권 안에서 순환하게 된다.

민간 참여도 가능하다. 민간기업이 지원하는 카드 포인트, 캐시백, 멤버십 적립금, 항공 마일리지 등도 온누리상품권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민간 보상체계 역시 지역경제 회복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좋은 정책은 돈을 지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돈이 어디로 흐르고 어떤 연결을 만들어 내는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예산 지원이 교통비 부담 완화에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 소비 진작,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다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제한된 재정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재정 투입의 확대가 아니라정책 설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한 번의 예산으로 두 번, 세 번의 효과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한된 재정을 가장 가치있게 사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예산 지원도 이제 ‘N차 효과’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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