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와 대기업의 부당 지원을 전담하는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추진하면서 대대적인 조사 인력 확충에 나섰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위 조사국이 사실싱 부활하는 셈이다. 2005년 폐지 이후 21년 만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계기 기자간담회를 갖고 “플랫폼, 민생밀접 독과점 부문, 대기업 집단 등 중대 법위반 행위 및 대규모·복합 사건에 대한 조사 체계 구축을 위해 국(局) 단위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고 3개 과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내 직제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증원 인력 배치와 사무공간 조성이 완료되는 올해 4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시장과 산업의 변화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잉 조사와 표적 수사 논란으로 21년 전 폐지됐던 ‘조사국’을 사실상 부활시키는 것은 문제가 적지 않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감시해야 할 공정위가 기업들을 상대로 상시적인 사정(司正) 칼날을 휘두르는 ‘경제 검찰’로 비대화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검찰 특수부(특별수사부)를 부활시킨 것과 같다는 우려다. 신설 조직은 여러 부서의 경계를 넘어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기획 기동대’다. 정권의 정책 기조나 하명에 따라 언제든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타깃 삼아 먼지털이식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공정위는 담합 처분 시효를 최대 15년으로 연장하고, 지정자료 허위 제출 시 최대 2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재 수위도 전방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존을 위해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들에 이중, 삼중의 족쇄를 채우는 격이다.
과거 공정위의 무리한 ‘기업 옥죄기’가 법원에서 부실 조사로 판가름 나 국가적 망신과 혈세 낭비로 이어진 전례가 적지 않다. 수천억 원대 과징금을 기세 좋게 부과했다가, 기업들과의 소송에서 줄패소해 막대한 이자까지 얹어 환급해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모호한 법리적 잣대로 기업의 목을 죄었다가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도 공정위는 무너진 기업의 신인도와 경영 위축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엄단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권의 입맛에 맞춘 기획 조사나 실적 쌓기용 과잉 규제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가 아무리 ‘민생 안정’을 외쳐도,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어버린다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친노동에 치우치고 경영권을 약화시킨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으로 기업들은 궁지에 몰린 처지다. 주 공정거래위원장은 그간 “대기업 비대화는 한국 경제의 큰 숙제”, “재벌가의 사리사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곤란을 겪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공정위원장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해 소비자 권익을 높이는 자리지 경제구조를 바꾸는 자리가 아니다. 새로 출범하는 중점조사기획단이 시장의 감시자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기업들의 숨통을 죄고 활력을 가로막는 칼날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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