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미사일기지 공격에 보복 예고했으나 사흘째 ‘조용’

트럼프, 27일 내각회의…이란, 중재국 접촉하며 외교전

美 ‘핵물질 이란 내 폐기’ 양보안 제시에 이란 대응도 관심

이스라엘 변수 여전…네타냐후, 핵합의 결렬시 재공격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종전 협상을 이어가는 이중성을 보이며 종전이냐 재공격이냐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미군이 지난 25일 이란 미사일기지를 공습한 후 이란은 대응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양측이 전면 충돌 대신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이 여전히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고, 핵협상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히 남아 있어 상황은 언제든 재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군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해안 지역을 겨냥한 제한적 공습을 단행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이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며 기뢰부설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은 즉각 휴전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강경한 어조의 경고를 내놨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MQ-9 드론을 격추했으며 RQ-4 드론과 F-35 전투기에도 대응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휴전 위반에 대한 보복 권리는 확고하다”고 경고했고, 이란 외교부 역시 미국의 군사 활동을 “심각한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란은 사흘째 실제 군사 보복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기지나 중동 내 미군 거점에 대한 직접 타격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27일까지 외교적 압박과 수사적 대응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는 전면전으로 확전될 경우 이란 경제와 정권 안정성에 치명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협상 자체를 깨뜨리지 않겠다는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긴장 국면 속에서도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한 비공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개방, 대이란 제재 일부 해제, 향후 핵협상 틀 마련 등을 담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협상안에는 최소 60일간의 휴전 연장과 추가 충돌 방지 장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내각회의를 열고 이란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회의가 협상 타결과 추가 군사행동 사이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카타르에서 일부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협상 지속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협상과 군사 압박을 병행하는 이른바 ‘이중 트랙 전략’을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란 역시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 미국과의 합의를 추진하는 협상파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사이의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제한적 충돌은 오히려 내부 강경 여론을 달래면서 협상 동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미국 공습에 따른 자국군 사망 소식을 의도적으로 늦게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조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내부에서는 전시체제 완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 이후 차단했던 해외 인터넷망을 87일 만에 부분적으로 복구하기 시작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수석 부통령은 “자유롭고 규율 있는 인터넷 접근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 대결보다는 긴장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미국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핵물질 이란 내 폐기’ 양보안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시설 완전 폐기 대신 국제 감시 아래 핵물질을 이란 영토 내에서 처리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강경 기조에서 일부 물러선 제안으로 평가되지만, 이란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핵 주권 문제는 이란 정치권 내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가 이스라엘 안보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할 경우 독자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협상의 판을 그르치지 않도록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헤즈볼라와 교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 정세는 전쟁과 협상 사이의 불안정한 균형 위에 있는 셈이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제한적 군사 압박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향후 며칠간의 협상 결과가 중동 향방을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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