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IP보고서 투자 축소 우려 유발

xAI 데이터센터에 LNG 터빈 수십기 도입

실제로는 더 거대한 차원 프로젝트 구상중

스타십 V3 시험 성공했어도 경제성은 숙제

'AI 문명'을 전제로 한 장기 베팅으로 봐야

이규화 대기자
이규화 대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핵심 경쟁원천인 전력 확보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도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바로 '우주 태양광 발전'이다. 미국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최근 공개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관련 보고서를 근거로, 머스크가 '지상 기반 태양광 경제'에서 '우주 기반 전력 경제'로 사고의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보고서가 발표되자 테슬라의 태양광 사업 비중이 축소되는 것처럼 보여 머스크가 우주 태양광 전력 개발을 후순위로 미뤄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거대한 차원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탄소 기반 경제를 태양광 기반 전기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자신의 핵심 철학으로 제시해왔다.

테슬라의 첫 번째 '마스터플랜'에서도 그는 화석연료 경제를 태양광 전기경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그의 AI기업 xAI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천연가스(LNG) 터빈 수십기를 동원하고, 추가로 28억달러 규모의 가스 터빈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결국 화석연료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xAI는 테슬라의 대형 배터리 시스템 '메가팩'(Megapack)에는 수억달러를 투자하면서도 정작 태양광 패널 구매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테크크런치는 머스크가 태양광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태양광의 무대를 지구 밖으로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IPO 보고서에는 지상 태양광보다 우주 태양광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우주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24시간 햇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상 설비보다 5배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머스크가 구상하는 미래는 단순한 위성 인터넷 시대가 아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자체를 우주 궤도로 올려 보내고, 그 전력을 우주 태양광으로 직접 공급하는 체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발상은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주 태양광 발전을 국가 전략기술로 연구해왔다.

특히 AI 시대가 열리면서 전력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자 우주 태양광 개념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약 40기가와트 수준인데, 머스크는 AI 연산 수요가 앞으로 매년 테라와트급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인류 전체 평균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지상 발전만으로는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술과 비용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개념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 구현은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난도의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막대한 발사 비용이 걸림돌이다. 태양광 패널과 서버, 냉각 시스템, 전력 전송 설비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로켓 발사가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V3 시험발사가 지난 22일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경제성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우주 환경에서 반도체와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극한의 방사선과 진공 환경, 우주 쓰레기 충돌 위험, 냉각 문제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차원이 다른 난제를 만든다.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전력 전송이다. 우주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파나 레이저 방식의 무선 송전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대규모 상업화가 검증되지 않았다. 송전 효율 문제와 안전성 논란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지상에 공급하려면 수많은 위성과 지상 수신 기지, 초정밀 제어 시스템이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 결국 우주 태양광은 단순한 발전 사업이 아니라 로켓·AI·통신·반도체·전력망·우주공학이 총동원되는 초거대 산업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머스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불가능해 보였던 산업들을 실제로 바꿔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대중화, 민간 우주발사체 재사용, 위성 인터넷망 구축 모두 초기에는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에 성공했고, 스타링크는 세계 최대 저궤도 위성망으로 성장했다.

머스크의 방식은 언제나 현재 수익보다 미래 인프라 독점을 겨냥해 왔다. AI 시대의 최대 병목이 결국 전력과 연산 자원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이미 다음 단계 산업 패권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실적으로 볼 때 우주 태양광이 단기간 내 지상 에너지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태양광 패널 가격은 급락하고 있으며, 지상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초대형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로 설비를 올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강하다. 테크크런치 역시 "트럭으로 태양광 패널을 운반하는 것이 로켓으로 우주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머스크의 우주 태양광 프로젝트는 단기 사업이라기보다 'AI 문명 시대'를 전제로 한 장기 베팅에 가깝다. 지상의 전력망과 규제, 환경 갈등, 주민 반대(NIMBY)를 넘어 아예 우주 자체를 산업 인프라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인류 에너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천문학적 비용만 남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머스크가 태양광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태양광의 최종 무대를 우주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도전은 이제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실제 시장과 우주산업 전략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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