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약에 적힌 성과급 규정은 상법상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의결 절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노사 협약에 적힌 성과급 규정은 상법상 노사 합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의결 절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서명한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다. 반도체(DS) 부문에만 돌아가는 이 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상한 없이 지급된다. 새 성과급 제도를 적용하면 DS 부문의 실적을 주도하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으로만 최대 연 5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연봉 1억 기준 5000만원의 기존 성과인센티브(OPI)를 더하면 연봉 외에 성과급만 6억원으로, 총급여는 세전 7억원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 직원 연봉의 7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 평균치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세계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서 초과 성과를 만들어낸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부 초호황 기업만 가능한 초고액 성과급 체계는 노동시장 전체의 상대적 박탈감과 ‘K자 양극화’를 더욱 키울 수 있어 우려스럽다. 초호황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임금 격차가 급격히 벌어질 경우 노동시장 불균형은 물론 청년 인재의 대기업 쏠림 현상까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 내부에선 노노(勞勞)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메모리 사업부, DS와 DX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보다 처우가 낮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삼성후자(後者)’라고 부르던 일부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양상이다.

성과급 6억원 시대는 한국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양극화의 민낯을 드러내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호황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결국 노동시장 분열, 사회 갈등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급 경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지혜다. 초고액 성과급 체계가 ‘K자 양극화’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정교한 보완 장치 마련이 화급하다. 기업 내부적으로 특정 사업부만의 ‘돈 잔치’가 아니라 전사 차원의 성과공유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대기업만 성과를 독식할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도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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