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성 IT과학바이오부 제약헬스팀장

강민성 IT과학바이오부 제약헬스팀장
강민성 IT과학바이오부 제약헬스팀장

정부가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진 약들에 대해 칼을 빼 들고 있다. 주관적 인지저하자(SCD)를 위해 처방하고 있는 콜린 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가 대표적이다. 심한 건망증 증상이 나타나는 주관적 인지저하자는 말 그대로 주관적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상태여서, 의학계에서도 명확하게 평가할 방법이 없다.

이에 정부는 이 약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약이라고 판단해 급여 축소를 결정했고, 임상 재평가를 거쳐 효능이 없으면 아예 약을 처방하지 못하도록 품목허가 취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건보재정 누수를 막고 데이터 중심의 의학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임상 효과를 내지 못하는 약에 재정을 무한정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콜린제제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됐지만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만 전문의약품으로 처방돼 왔다. 콜린제제의 유효성이 입증된 연구는 치매치료제인 도네페질과의 병용 요법뿐이다. 하지만 도네페질은 경도, 중등, 중증 등 이미 치매가 진행된 환자들에게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콜린제제와 도네페질 처방 규모와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병용 요법 외 뚜렷한 임상적 근거가 없는 이 약을 의료계에선 “미리 먹으면 치매를 막아준다”는 의사의 판단하에 그동안 무분별한 처방이 남발됐다. 실제 뇌진탕이나 외상 후 증상으로 정형외과에서 콜린제제 처방이 이뤄져 왔고, 내과 등에서는 이 약을 ‘뇌 영양제’라고 칭하며 노인들에게 처방을 해왔다. 그래서 이 약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급여 적용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남용을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정책은 반대로 진짜 주관적 인지저하자들을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만든다. 주관적 인지저하자는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로 진행되는 비율이 10% 수준이며, 경도 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넘어가는 비율도 12%에서 15% 정도다.

주관적 인지저하는 MRI(자기공명영상) 등과 객관적인 인지기능 검사에선 정상으로 나타나지만, 환자 스스로 기억력 감퇴를 뚜렷하게 느끼면서 불안을 겪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약조차 없다면 환자들은 치매로 이어질까 더 두려워한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의 치매 지원 체제는 철저하게 검사 점수라는 데이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관적 인지저하자는 제도권에서 제외된다.

예방약으로 알려진 약도 완전히 퇴출된다면 이들을 위한 치료제는 단 하나도 없게 된다. 콜린제제 대체제로 ‘은행잎 추출물’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었지만, 이 약 역시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에 포함돼 향후 사용범위 제한과 급여기준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최근 콜린제제와 은행잎 추출물은 학회나 간담회 등에서 임상효과 홍보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신경 독성 물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학회에서 양 교수는 향후 관련 근거가 더 충분히 축적된다면 은행옆 제제의 전문의약품화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부는 매년 치매 초기 발견과 예방을 목적으로 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기 예방의 최전선에 있는 주관적인지 저하 환자들은 보호망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들을 계속 방치하면 고가의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에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의료계는 우려한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치료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정책의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남용을 철저히 걸러내 차단하되, 진짜 환자를 걸러낼 수 있는 정교한 의료 체계가 시급하다.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재정 효율’과 ‘환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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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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