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지역중소기업 지원법 개정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절반 가까이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지역마다 위기의 속도는 다르지만 그 원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면 소비와 생산이 줄고, 기업은 다시 위축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지역은 이름만 남은 행정구역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의 뿌리는 중소기업이다. 지역 중소기업이 버텨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머물며, 사람이 머물러야 지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지역 기업이 제자리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엔 한계가 있었다. ‘지역중소기업 육성 및 혁신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특정 분야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지원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구조가 문제였다. 지역마다 산업 기반과 성장 잠재력이 다른데도 전국을 사실상 비슷한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반복되어 왔다. A 지역은 뿌리산업 기업이 밀집해 있고, B 지역은 농식품 가공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 각 지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할 제도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역은 중앙정부가 설계한 사업 목록 안에서 지원을 신청하는 수동적 위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중소기업 육성 및 혁신촉진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핵심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역주력산업’ 제도를 도입해 비수도권과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핵심 산업을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시·도지사가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하고 정책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지역의 지역주력산업을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선정 기준엔 관할 지역 내 산업 규모, 성장 가능성, 국가전략기술과의 연계성, 지역 경제와 산업환경 등이 포함된다.
지역주력산업으로 지정되면 해당 산업 생태계 안의 중소기업에 기술 혁신, 맞춤형 인력 양성, 판로 개척 등이 집중 지원된다. 그 지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자원을 모으는 방식이다. 또 선정된 지역주력산업은 5년 단위로 재검토하도록 했다. 산업 환경은 빠르게 변한다. 한때 강점이던 산업이 쇠퇴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 변화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
기존의 지역산업진흥계획도 ‘지역주력산업진흥계획’으로 개편하고, 지역중소기업 육성계획과 통합 수립하도록 했다. 산업 선정부터 지원 집행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접경지역이다. 동두천·양주·연천을 비롯한 접경지역을 명시한 것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감내해온 희생에 대해 국가가 산업과 일자리로 응답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균형이다.
향토기업 지원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했다. 현행법은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을 향토기업 요건으로 두고 있어, 소상공인을 막 벗어나 성장 단계에 진입한 소기업들이 지원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있었다. 개정안은 이 기준을 ‘소상공인 기준 초과’로 완화했다. 또한 지원 수단도 기존의 보증 중심에서 연구 개발, 판로 개척, 인력 양성 등으로 확대했다. 기업이 실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이 통과되면 단순히 지원 사업 하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이 스스로 산업을 설계하고, 기업을 키우며, 일자리를 만드는 자립 구조의 법적 토대가 마련된다. 중앙 지원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지역이 주도권을 갖고 성장 전략을 세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구조적 불균형이다. 이를 되돌리는 일 역시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첫걸음이 있다. 그 첫걸음은 법과 제도에서 시작된다.
지역 중소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지역이 잘하는 산업을 키워야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그래야 청년이 머물고, 지역의 내일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이 지역 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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