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합의 불가”… 미국, 100여개국 참여 안보리 결의안으로 이란 압박

‘마피아식 보호비’ 징수하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 일상화 의지

UAE “이란의 영해 침범은 몽상”… 미군, 유조선 나포하며 해상 봉쇄 지속

동맹국 향해 분통 터뜨린 루비오… 스페인 기지 거부에 “왜 나토에 있나”

취재진과 대화하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취재진과 대화하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일상화하기 위해 통행료 징수와 통제 해역 설정을 추진하자,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상정과 해상 봉쇄 강화를 통해 이란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스웨덴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방안에 대해 외교적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그런 방안을 추진한다면 외교적 합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현재 100개국 이상이 참여한 관련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안보리 역사상 가장 많은 수”라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휴전 기간을 틈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구조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석유 수입국들에 양자 협정 체결을 강제하고, 미협정 선박에는 ‘보안 수수료’ 명목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ISW는 이 통행료가 실질적으로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마피아식 보호”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이라크와 파키스탄은 이란과 협정을 맺고 에너지 운송로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역내 당사국인 UAE도 거칠게 반발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란 정권이 명백한 군사적 패배 속에서 새로운 현실을 구축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자국 영해를 아우르는 이란의 통제권 주장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가르가시 고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거나 UAE의 해양 주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앞서 이란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은 UAE 영해를 대거 포함하는 통제 해역을 설정하고 선박의 사전 허가를 의무화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해협 통제 시도에 맞서 물리적 봉쇄 조치도 지속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인도양에서 이란산 석유를 운송한 의혹을 받는 유조선 스카이웨이브호를 나포한 데 이어, 해상봉쇄를 돌파하려던 이란 국적 유조선 셀레스티얼씨호를 저지했다. 중부사령부는 한 달여 전 이란 항구 봉쇄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총 91척의 선박을 우회시키고 4척을 무력화했다고 집계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이번 나토 회의에서 중동 비상사태 와중에 미국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 스페인 등 일부 회원국의 태도를 강하게 문제 삼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우리에게 기지 사용을 거부한다면 왜 나토에 가입해 있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다음 달 정상회의 전까지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미국은 아니지만 이미 유럽까지 도달할 미사일을 갖고 있음에도 우리가 실제로 나서서 뭔가 하려고 하면 모두가 숨어버린다”며 동맹국들의 소극적 태도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밖에도 루비오 장관은 쿠바 문제와 에볼라 대응 등 미국의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 강화와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 기소 등 강경책에 대해 그는 “이건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 국가 안보와 직접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이 제안한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쿠바 정부가 수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자금이 군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지 철저히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루비오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사태 당시 중국을 감싸며 제 역할을 못 했다고 맹비난하며 미국의 탈퇴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최근 민주콩고 방문객이 탑승해 여객기가 우회한 사례를 언급하며 “최우선 과제는 에볼라가 미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고 방역 안보를 강조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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