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규제 폐지”… 바이든 표 ‘친환경 냉매 제한’ 전격 철회
“가정·기업 3조6000억 절감”… 11월 중간선거 표심 공략 본격화
온실가스 주범 HFC 규제 완화… 기후 정책 후퇴 논란 속 ‘미국 우선주의’ 가속
“중국에 밀릴 수 없다”… 트럼프, AI 사전 규제 행정명령 서명 돌연 연기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냉장고와 에어컨 등에 쓰이는 냉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은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규제 철회로 물류비와 냉방비, 식료품 가격 등이 내려가면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 및 산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냉장고와 에어컨에 과도한 비용을 초래한 터무니없는 규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한다”고 선언하며 “소비자 비용을 대폭 낮추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대상이었던 수소불화탄소(HFC)는 냉장고와 에어컨의 핵심 냉매다. 과거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꼽혀 퇴출당한 프레온가스(CFC)의 대안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대기 중 열을 가두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나 강력해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로 지목돼 왔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환경 보호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HFC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비싼 친환경 대체 냉매 도입을 강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전임 정부의 환경 정책이 되레 경제를 망쳤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기업들이 특정 고비용 냉매를 사용하도록 강요함으로써 각종 상품의 운송, 취급, 저장 비용을 급격히 상승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많은 식료품점과 식당이 냉장고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고, 그중 절반은 문을 닫았다”며 “이런 비용 상승으로 미국인들은 식료품 가격 인상을 겪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냉매 배출 완화 조치를 통해 “미국 가정과 기업에 연간 24억 달러 이상(약 3조6천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발전소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대폭 낮추는 등 바이든 표 기후 정책을 연이어 무력화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지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당초 계획했던 ‘인공지능(AI) 규제 절충안’ 행정명령 서명을 돌연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행정명령은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AI 모델을 시장에 내놓기 전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AI 산업에 방임주의적 태도를 취하던 백악관이 다소 규제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서명을 미룬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그 내용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기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특히 기술 패권 경쟁을 의식한 듯 “우리가 중국을 앞서가고 모든 국가를 앞서가고 있는데 이 조치가 방해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는 (미국의 AI 산업) 선두 자리를 위협할 어떤 조치도 취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AI 분야에서 매우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AI는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과 수많은 일자리를 주고 있다”고 밝혀, 미국 우선주의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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