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확보해 파괴할 것”… 트럼프, 이란 핵보유 원천 차단 천명

하메네이 “반출 절대 불가”… 핵무기급 우라늄 처분 두고 정면충돌

러시아, 우라늄 자국 이전 제안하며 개입… 미·중·러 외교전 비화

쿠바 봉쇄 공방까지… 종전 협상 가로막는 해법 없는 평행선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의 시선이 미·이란 종전 협상의 핵심 분수령이 될 ‘고농축 우라늄 처분’ 문제로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직접 확보해 파괴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한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는 해외 반출 불가 명령을 내리며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중재를 자처하며 개입해 미·중·러가 얽힌 복잡한 외교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에서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호하게 “안 된다(No)”고 잘라 말하며 미국이 이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확보한 뒤에는 아마 파괴하겠지만, 이란이 계속 보유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 상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그것을 해낼 것이고, 그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과의 전쟁은 매우 곧(very soon)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징수 논란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통행이 무료이길 원한다. 통행료를 원치 않는다”며 그곳이 국제 수로임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이란은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최고지도자의 지시와 체제 내부의 합의는 농축 우라늄이 우리나라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란 수뇌부는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면 향후 미국, 이스라엘의 공격에 이란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은 핵무기 제조 기준에 근접한 60%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약 440㎏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종전 협상의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과거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당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의 상당량을 러시아로 반출했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러시아가 중재안을 들고 나섰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비공개 차담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러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제안에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이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한다”면서도 “하지만 워싱턴은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이번 연쇄 정상외교 과정에서는 쿠바를 둘러싼 미·러 간의 신경전도 대두됐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쿠바 석유 봉쇄 조치를 “전례 없는 일로 주민들에게 심각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압박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 항모 배치에 대해 쿠바 정부 위협용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쿠바는 실패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쿠바 주민과 미국 내 쿠바계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향후 고국 재건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덧붙였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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