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비난 폭발하자… 네타냐후 총리, ‘초고속 추방령’ 전격 하달

한국인 2명도 공항서 즉시 조치… 터키항공 전세기 나눠 타고 출국

“무릎 꿇리고 조롱” 극우 장관 돌출 행동에 네타냐후 “규범에 안 맞아” 질책

가자 해안 268km 밖 공해상서 나포…이스라엘 “구호 목적 없는 하마스 홍보 쇼”

무릎을 꿇려진 채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구호선단 활동가들과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벤-그비르 장관 엑스 계정 캡처. 연합뉴스
무릎을 꿇려진 채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구호선단 활동가들과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벤-그비르 장관 엑스 계정 캡처. 연합뉴스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으려다 붙잡힌 외국인 구호 활동가 430여명을 전원 추방했다. 집권 연정 내 극우 인사의 과도한 활동가 학대 영상 공개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속전속결로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선전용 구호선단에 탑승한 외국인 활동가 전원이 추방됐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겨냥한 합법적인 해상 봉쇄를 위반하는 어떠한 행위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 나포된 활동가 430여명 중 자국민 여성 1명을 제외한 외국인 대부분은 이날 라몬 공항에서 터키항공 전세기 3편에 나눠 타고 이스라엘을 떠났다. 구호선단 측 소식통은 첫 번째 전세기가 오후 3시 무렵 이륙했다고 확인했다. 이들 가운데 한국인 활동가 2명은 별도의 구금 시설로 이동하지 않고 공항에서 즉각 추방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들과 달리 유일한 이스라엘 국적 활동가는 법원에 출석해 석방 명령을 받았으며,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인접국 출신 일부 활동가는 육로를 통해 귀국 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스라엘 내 아랍 소수자 권리 법률센터인 ‘아달라’ 역시 외국인 활동가들에 대한 추방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활동가들을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내쫓으라고 전격 지시한 배경에는 정부 내부의 돌출 행동이 있었다. 집권 연합정부의 대표적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임시 수용소에 갇힌 활동가들을 조롱하고 학대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벤-그비르 장관이 유포한 영상에는 손에 수갑이 채워진 활동가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굴욕적인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그동안 벤-그비르 장관의 거침없는 도발을 묵인해왔던 네타냐후 총리도 이번만큼은 거리를 두며 강하게 질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테러범 지지자들의 선단을 저지할 권리가 있다”라면서도 “벤-그비르 장관이 활동가들을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억류된 구호선단은 50여척의 선박으로 구성되었으며, 가자지구 진입을 목표로 지난주 키프로스 인근 튀르키예에서 출발했다. 주최 측은 봉쇄 돌파 시도를 통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직면한 비극적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이들이 실제로 구호품을 전달할 목적이 없으며, 하마스를 돕기 위한 ‘홍보용 쇼’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구호선단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은 가자 해안선에서 무려 268km 떨어진 공해상에서부터 선박들을 가로막아 나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크레타섬 인근에서 이 선단 소속 선박 20척을 저지하며 강력한 봉쇄 태세를 유지해 왔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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