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단체, 이재용 회장 집 앞 집회
주총 없이 이익 배분시 소송 예고
양대노총, 하청노조 처우개선 압박
"단기적 봉합 매몰땐 경쟁력 약화"
삼성전자가 노조와의 극적 합의로 파업 위기를 넘기자 이번엔 하청업체 이익배분, 그리고 주주 반발이라는 덫에 또 걸려들었다.
마침 미국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배당을 종전보다 25배나 늘리겠다고 발표해 주주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실적발표에서 분기 배당금을 기존 0.01달러에서 0.25달러로 25배 대폭 인상했다.
이미 영업이익의 12%를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합의한 삼성전자는 하청노조와 주주를 달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나마 올해는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반도체 초호황 이후 미래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남동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노사 임단협 합의안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면서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주주단체는 잠정협의를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을 신청하고, 잠정 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대표 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투자자보호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과도한 임금 인상은 주주환원 재원 축소로 이어진다. '특별성과급 자사주 지급'은 2년 매각 제한조치를 뒀더라도 오버행(대규모 매도 대기 물량) 부담은 주주 몫"이라며 "강력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 납득할 만한 주가 제고 대책을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소액주주들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주주 배당이 줄어든다면서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을 앞세워 사측을 압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1일 성명을 내고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이번 타결의 성과는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도 이날 "대기업의 성과가 원청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납품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상생협력 강화 등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 사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중이다. 만약 이들 요구를 받아줄 경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하청노조,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회사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며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 사태는 국내 대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각 기업들이 노조 압박을 의식해 성과급 지급 규모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미래 연구개발(R&D), 설비 투자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인 노사 갈등 봉합에만 집중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성과배분 체계를 사전에 명확한 규칙으로 제도화하고, 위기 대비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밤 영업이익 12%(OPI 15%+특별경영성과급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재원은 DS부문 공통 40%, 각 사업부 60%로 올해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300조원을 기록할 경우 연봉 1억원 기준으로 최대 6억원을 가져갈 것으로 추정된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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