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양극단의 ‘바벨 사회’, 양극화 극복 못하면 발전 불가능

반도체 예상익 1500조, 국가혁신 위한 종잣돈… 미래 위해 투자해야

‘K-7 구조개혁’ 시급… 저출생·주거·간병·돌봄에 써야

성과급 지급시스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이어야… 상한 꼭 필요

李대통령, 320곳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보수 영입은 사회적 대타협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박동욱 기자 fufus@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박동욱 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향후 3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1500조원의 이익은 국가 혁신을 위한 시드머니(종잣돈)입니다. 국가 면역력을 높이고 미래로 향하는 다리를 놓는데 써야 합니다.”

21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홍성국(63)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인 삼성전자의 성과급 배분 논란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 경제가 21세기 들어 단 한차례도 잠재성장률이 반등하지 못하고 26년째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유례없는 1%대 저성장이라는 ‘수축 사회’ 양상이 뚜렷했는데 ‘뜻밖의’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다시 ‘팽창 사회’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수축사회’(Shrinkonomics)는 인구 감소, 과학 기술 발전,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경제와 사회의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드는 사회로, 홍 의장이 저서 ‘수축사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반도체 특수로 사회적 양극화도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1500조원의 돈을 산업 경쟁력 제고와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주거, 간병, 아이 돌봄, 대학 교육 등의 부문에 집중 투입해 ‘균형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불균형을 극복 못하면 더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 구조, 교육, 주거, 간병, 돌봄 등 7가지 ‘K-7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지향하는 미국이나 진보가 지향하는 스웨덴의 국가 모델은 모두 우리에겐 안맞다며 미래로 가는 설계도를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지난해 64년만에 외부요인 없이 1% 저성장했는데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며 이제 사회 담론은 ‘내란’을 넘어 ‘성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홍 의장은 현재 우리 사회는 양 극단이 비대하고 중간은 약한 ‘바벨 사회’로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인사를 영입하고 320개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한 것은 일종의 대타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선 성과급 지급 시스템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상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시대 이후에도 자국 우선주의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홍 의장은 고려대 사대부고를 나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동국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증권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미래에셋대우 사장까지 지낸 ‘증권맨’ 출신이다. 2020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세종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 금배지를 내려놓았다. 21대 국회부터 여당 의원을 대상으로 경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민주당의 경제 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는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 센 파시즘’, ‘수축사회’, ‘인재 vs 인재’ 등 많은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늘고 코스피지수가 7000선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엔 성장 잠재력의 저하, 고물가와 고환율 등 그림자가 짙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경제의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한국 경제는 21세기 들어 표면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잠재 성장률이 한 번도 반등없이 하락했습니다. 26년째 떨어지는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 석유화학, 선박 등 중심 산업이 흔들리고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인 자신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이런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출현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아 경기의 양극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지난 10여 년간 비반도체 부문의 수출은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반도체에 따라 우리 경제가 일희일비해온 겁니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부문은 계속 높은 경쟁력을 유지를 하고 나머지 부문들은 AI를 적용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반도체가 거둬들일 이익이 천문학적으로 예상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를 어떻게 쓰는 게 바람직할까요?

“AI가 출현한지 3년밖에 안됐습니다. 그전에 우리는 미래를 준비할 재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한 500조원씩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8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걸로 보이니 3년 간 1500조원이 되는 셈이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3000조원 쯤이니 거의 반년치에 해당합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 지속된다면 이를 소비에 쓸 수도 있겠지만, 산업이라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AI 시장도 시간이 지나면 변화할 수가 있고, 반도체도 다른 나라들이 쫓아올 겁니다. 그래서 2028년 이후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들이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1500조원의 돈은 그 이후를 대비하는 것, 길게 보면 21세기 들어 고민해왔던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라든가 산업의 경쟁력 하락이라든가 국가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미래로 가는 교두보를 쌓는 데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중국이 지금 반도체에서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D램업체인) 창신메모리는 지난 1분기 7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습니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보다는 작지만 쫓아오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이런 추격자를 따돌릴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양자 기술이나 다양한 AI 응용 피지컬 AI, 에이전트 AI 같은 데도 투자해 연간 200조원 수준의 이익을 20년 정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데 쓰는 게 우선입니다. 또한 1500조원의 돈이 들어오면 금융기관에 예치되고 일정 부분 소비로도 쓰입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자금 여력이 생기는 거죠. 세율을 20%로 잡으면 세수도 3년간 300조원 정도가 들어오게 됩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 구체적으로는 어디에 써야 할까요?

“저는 먼저 대학 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데 써야 한다고 봅니다. 늘어난 세수를 투입해 다시 한 번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하나의 유기적인 교육과정으로 묶어 가르치는 융합 교육 방식인) 스템(STEM) 교육이라고 하는 과학기술 교육 중심으로 나가야 합니다. 또 하나는 시중에 1500조원이 3년 간 들어온다면 금융권의 자금이 많아지게 되죠. 이 돈으로 청년 주거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화끈하게 짓는 겁니다. 최근 임대주택에 사시는 분들의 출산율이 높다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는데 주거가 안정됐을 때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는 겁니다.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 그런 인프라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호스피스 병동도 화두입니다. 아프신 부모님 모셔본 사람은 다 간병 병원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아실 겁니다. 이런 간병 병원 같은 데도 국가에서 지원하고 금융기관들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 줘가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데 써야 합니다. 잉여 유동성과 정부의 세수를 잘 결합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하든 임대주택도 만들고 제대로 된 요양병원도 만들면 국민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돌봄도 마찬가지죠. 1500조원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는 것은 아주 좋은 거고, 이를 우리 사회를 ‘수축 사회’에서 다시 ‘팽창 사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는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달라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떻게 성과급을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나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하고 있습니다. 20여년전부터 성과급 제도를 시행을 해오고 있는데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영업이익은 영업에서 나온 거지만 다른 부분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따라서 (성과급 배분은) 순이익 개념으로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성과급을 한 해에 다 지급해선 안됩니다. 예를 들어 100이라고 하면 첫 해에 30, 그다음 해 30, 그리고 3년째 40을 준다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우수 인재들이 오래 근무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얼마를 주느냐가 논쟁인데 굉장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성과급 지급 시스템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캡(상한)도 씌워야 됩니다.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고 물량이 늘어난 게 누구의 공적이나요? 국가가 전력 인프라라든가 오랜 기간 동안 지원해준 측면이 있고, 경영자들의 결단도 있고,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게 다 포함됩니다. 종업원들이 100% 이익을 냈으면 100% 주는 게 맞지만 이건 100%가 아니거든요.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른 부분이 기여한 부분을 생각해 한도는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약화시켜선 안됩니다. 삼성 외 회사들로 이상하게 번지고 있는건 우리나라 고용 구조가 선진화되지 못한 후유증입니다. 성과급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 있는데 그동안 대화가 되지 않은 겁니다. 회사 이익의 배분은 주주한테 돌아갈 돈, 회사에 유보해서 투자에 들어갈 돈 그리고 종업원이 가져가야 될 돈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0년 후의 성과급을 위해서는 회사에 더 많이 유보하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노사가) 합의를 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적자 사업부도 성과급을 줄 거냐 말 거냐라는 게 이슈입니다. 삼성전자 안에 4개 사업부가 있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 성과가 안 났는데 성과급을 준다면 성과급의 의미가 없는 겁니다. 아프더라도 적자 사업부는 성과급을 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지금이 아니라 10년 후에 삼성전자가 돈을 더 잘 벌고 주주한테 더 많이 주고 종업원들한테 성과급을 더 많이 준다라는 전제속에 대화가 돼야 됩니다. 지금의 제조업 성과급 논란은 ‘특별한 상황’이라는 데 대해 서로가 인정해야 합니다.”

-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려면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 보다 혁신적인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한국형 포용성장’ 모델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소득 이외 돌봄이나 주거, 교육 등은 4만달러 국가가 아닙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런 핵심 부문들을 동시에 4만달러 수준 정도까지 올려놓으면 한국은 저력있고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5만달러, 6만달러, 7만달러 국가로 쉽게 갈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사회 여러 부분을 살피지 못하면 불평등이 강화되고 사회 갈등을 유발해 결국 성장이 안될 겁니다. 저는 포용보다는 ‘균형 성장’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사회가 고르게 균형 성장을 해야 되는데 우리는 편차가 굉장히 큽니다. 이런 불균형이 해소되면 사회가 안정돼 창업도 많이 이뤄지고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국가로는 어느 나라가 있을까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스웨덴 모델로 갔고, 보수 세력은 미국 모델로 갔습니다. 미국 모델은 불평등이 너무 심화돼 한계가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 스웨덴은 신자유주의로 갔다가 사회주의 국가로 갔다가 노선이 왔다 갔다 합니다. 지금은 스웨덴 자체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국민들의 교육 수준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아요. 그리고 인구가 가장 빨리 줄고 있는 나라이고, 제조업이 엄청나게 강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건 맞지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돼요.20년 전에 한 학자가 네덜란드 노사 모델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네덜란드는 15세기부터 큰 상선을 갖고서 세계를 항해하던 국가입니다. 그런 나라의 노사 모델하고 우리 같이 제조업한지 당시 40년 된 나라의 모델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네덜란드에는 제조업이 없습니다. 그 노사 모델을 갖고 와도 아무 소용없는 겁니다.”

- 최근 펴낸 저서 ‘더 센 파시즘’에서 “복합 위기가 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셨습니다. 7가지 ‘K-구조전환’을 제안하셨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요?

“우리 사회는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거고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시스템은 인구 구조가 피라미드였을 때, 제조업 중심 국가였을 때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 개혁, 규제 혁신,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 6가지 구조 개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액션 플랜을 통해 정부가 하는 게 맞습니다. 제가 제안한 건 이 외의 것들입니다. 첫째로 (지향하는) 국가 모델이 뭐냐라는 거죠. 우리가 어떤 나라를 원하는 것인가라는 컨센서스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정치 구조로는 안된다는 겁니다. 정치가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양극단으로 갈려지면서 정치 시스템은 거의 파시즘 형태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이게 과연 민주주의냐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민주화해야 됩니다. 이는 정치를 안 바꾸고서는 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제도를 도입해 중도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 (정치에)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 이번 선거 후보자들 가운데 외부 전문가들이 얼마나 들어갔나 한번 보십시오. 세 번째 성장이 얼마나 중요하냐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식을 새로 해야 합니다. 작년에 1% 성장했어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지 64년만에 아무런 외부요인 없이 1% 저성장했는데 사회적으로 담론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외부 악재가 없는데도 1%밖에 성장을 못한 겁니다. 성장을 다시 회복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건데 별로 얘기들을 안하고 있습니다. 내란 사태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내란 사태가 거의 끝나가니 사회 담론은 성장으로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잘하는 제조업을 키우고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됩니다. 사립대 정교수 연봉이 1억입니다. 10년째 오르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 우수 인력이 빠지죠. 교육감 선거가 한창이지만 다 초중고의 이해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학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는 겁니다. AI가 시대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 개혁으로 국민 전체가 전 세계에서 AI를 제일 잘 쓰는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AI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뇌를 썩게 하고 있습니다. 인구당 AI 사용률 세계 1위, 유튜브 사용량 세계 1위이지만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돌아다니는 가짜 정보가 가장 많은 국가도 우리나라입니다.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들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걸 제한한다든가 소셜미디어에 가입을 못하게 한다든가 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어렸을 때부터 사용할 경우 비판 능력이 약화된다고 학자들은 얘기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짜 뉴스에 중독이 많이 된 상태로 성인이 됐을 경우 제대로 생활하기가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확증 편향만 강해지는 사회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회로 나와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집권 여당의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서, 정부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랭킹 1위’ 정책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래 사회로 가는 설계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은 이렇게 가니까 과기부는 뭐 하고 산업부는 뭐 하고 기재부는 뭐 하고 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이게 좀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정책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관건은 미래의 설계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목표를 잘 정해놓고 관료 사회와 리더 계층들이 함께 대화해 나가면 그게 경제 정책이건 사회 정책이거는 잘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금융 지원보다는 외국인 근로자를 좀 쉽게 쓰게 해주라는 겁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는 건 법무부 관할입니다. 법무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부, 재계와 머리를 맞대 룰을 만들면 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꾸는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해놓고 그다음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대비 몇 퍼센트까지 외국인을 들여올지 마지노선을 정해 놓는 겁니다. 지금 외국인 근로자가 270만명인데 예를 들어 500만명을 상한선으로 정해놓으면 상당 부분 문제가 풀릴 겁니다.”

- 과감한 재정 투자를 주장해 오셨습니다. 가장 시급하게 예산을 투입해야 할 분야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삶이 안정시키려면 의식주가 안정돼야 합니다. 먹는 거와 입는 거는 개인이 알아서 하는 거고 결국 주거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는 앞서 말한 청년층의 출산율, 결혼율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좀 더 확대해보면 지방 균형 성장, 국토 균형 성장, 국가 균형 발전 용어들을 많이 써왔는데 이제는 진짜 국회와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해야 됩니다. 그러면 서울의 부동산 문제도 금방 잡을 수 있습니다. 강남 집값은 뉴욕이나 싱가포르 수준에 육박해 오를 만큼 올랐는데 이 상황에서 세종으로 국회와 대통령실을 옮기면 부동산 문제는 끝났다고 봅니다. 또 교육 개혁을 말씀드렸는데 몰타처럼 AI 보급을 위해 국민들이 무료로 쓰게 하는 데 재정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잘하기 때문에 저는 AI에서도 1등 갈 거라 봅니다. 이밖에 휴머노이드 로봇, 그 안에 들어가는 NPU 반도체와 관절에 사용되는 액추에이터(Actuator) 등을 빨리 잘 만들게끔 국가가 지원해야 합니다.”

-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합의해야 할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 돼야 할까요?

“국가의 정체성입니다. ‘DEI’라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안 한다고 한 게 있습니다. D는 다양성(Diversity), E는 형평성(Equity), I는 포용성(Inclusion)인데, 우리 사회가 매우 경직돼 있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정치가 풀어야 될 부분이 굉장히 큰 거죠. 정치로 인해 국가가 양분돼 있는 게 현재 상황이니까요. 저는 과거에는 한국이 ‘아령 사회’라고 했어요. 좌우 사이가 길고 중간도 제법 넓었어요. 하지만 최근엔 ‘바벨 사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양쪽은 큰데 가운데는 짧죠. 계속 옆으로 늘어지다 보면 나중에 끊어질 겁니다. 이 위험에 대해 좌건 우건 우리 사회의 리더 그룹들이 인식해야 합니다. 집권당이 먼저 해야 되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보수 쪽 분들도 많이 영입하는 겁니다. 과거에 정권이 바뀌면 다 바꿨잖아요. 이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320개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다 보장해 줬습니다. 이런 것도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입니다.”

- 트럼프 관세 등 세계적인 자국 우선주의 확산 속에서, 수출 주도형 모델을 가진 한국이 취해야 할 글로벌 외교·통상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세계화 시대에 맞는 경제 구조예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만들 때 전 세계에서 아웃소싱해 조립했죠. 그런데 지금은 기술 장벽들이 처지면서 이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가 돼도 이런 체제는 유지될 겁니다. 그래서 공급망 안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상당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예를 들면 희토류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데는 국가가 비용을 충분히 쓸 필요가 있다고 봐요.”

-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수축사회의 고용 감소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일자리 공존을 위한 제도적 대안은 없을까요?

“AI가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과 다른 건 인간을 대체하는 겁니다. 인간의 지식만 대체한 게 인터넷이라고 하면, AI는 움직이는 모든 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AI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짧게 보면 늘지만 길게 보면 고용이 주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AI와 일자리가 공존한다는 건 국내 안의 닫힌 경계 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AI를 더 많이 도입해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렇게 할 때 일자리도 만들고 AI 강국도 되는 겁니다. 모든 나라가 이 노력을 경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가야 합니다. 이런 절박한 인식을 유지하면 우리가 고용도 지키고 AI 중심으로 성장도 할 겁니다. 우리 옆에는 세계 AI 최강 국가를 꿈꾸는 중국이 있고, 일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 전체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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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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