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ETRI 미디어연구본부장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미디어 국제 전시회 ‘NAB 쇼 2026’은 방송 산업의 변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 자리였다. 글로벌 방송·미디어 기술 흐름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생성형 AI(인공지능), 클라우드 기반 방송, 초개인화 미디어, AI 미디어 플랫폼, 차세대 방송 기술인 ATSC 3.0 이볼루션과 DTV+가 핵심 주제로 부각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방송 산업이 콘텐츠 중심에서 AI·데이터 기반 플랫폼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카메라, 편집 장비, 송출 시스템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방송 기술은 이제 AI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생성형 AI 기반 미디어 기술이었다. AI는 단순 자막 생성이나 편집 보조 수준을 넘어, 영상·음성·그래픽·자막을 자동 생성하고 제작 전 과정을 통합 처리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방송 제작 환경이 사람 중심에서 AI 협업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제작자는 반복적인 기술 작업에서 벗어나 기획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복잡한 구현은 실시간 AI가 담당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방송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작·편집·저장·송출 등 방송 전 과정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처리하는 구조가 본격화되면서, 원격 제작(Remote Production)은 글로벌 방송사의 실제 운영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스포츠 중계나 대형 이벤트 현장에는 최소 인력만 배치하고, 나머지 제작 인력은 원격지에서 클라우드로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고가 장비 중심이었던 방송 산업은 이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와 클라우드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방송 장비 제조사들도 하드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개인화 미디어 서비스도 중요한 화두였다. 동일한 콘텐츠를 모든 시청자에게 제공하던 방식에서,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청자별로 다른 콘텐츠·광고·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방송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 콘텐츠 제작 능력뿐 아니라 시청자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방송·OTT·광고·콘텐츠 유통 등을 통합한 AI 미디어 플랫폼의 확산도 눈에 띄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AI 기반 콘텐츠 분석과 사용자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플랫폼 중심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방송 산업 역시 이 흐름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차세대 방송 기술인 ATSC 3.0 이볼루션과 DTV+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방송망 기반 데이터 서비스와 공공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방송망의 역할이 영상 전달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치정보 서비스, 재난 경보, 차량 연계 서비스 등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다양한 서비스가 소개되었으며, 방송망이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NAB 쇼 2026’은 방송·미디어 산업이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구조적 전환 단계에 진입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 방식을 바꾸고, 클라우드는 방송 인프라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초개인화 미디어 서비스와 AI 미디어 플랫폼은 방송을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ATSC 3.0 표준화와 차세대 방송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우위에안주할 여유는 없다. 지금은 생성형 AI, 클라우드 미디어 플랫폼, 초실감 기술을 융합하여 글로벌 방송·미디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미디어 AI 생태계의 ‘선구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방송·미디어의 새로운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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