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약 8년간 결론을 내리지 않던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단체교섭 분쟁에 대해 전원합의체를 열었으나,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노란봉투법 이전의 판시한 기준과 요건이 적용됐고, 대법관 4명이 반대의견으로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따라 원심을 깨고 판례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어디까지를 원청에 대한 교섭이 가능한지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가 소송을 낸 지 9년여만, 2심 선고 뒤 7년 6개월여 만에 판결이다.

다만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을 비롯한 이흥구·신숙희·마용주 대법관 등 4명은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따라 원심을 깨트리고 판례를 바꿔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금속노조가 지난 2017년 1월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단체교섭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1·2심 모두 금속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가 하청 근로자들에게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1·2심은 대법원이 지난 1995년 12월 판례 등 종전에 판시한 기준과 요건을 바탕으로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를 살폈다.

대법원은 1999년 11월 하청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원청 근로자로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판시했던 사내 하청업체가 독자성·독립성이 없어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불과한지,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 지시 권한을 실질적으로 원청이 행사하는지,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를 지배·결정하는 주체가 원청인지 등의 기준을 적용해 사내 하청업체 또는 하청 근로자들이 위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해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봤다.

다만 이번 선고 적용과 별개로 현재는 지난 3월 개정된 노란봉투법에 따라 ‘사용자’의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해 원청의 책임을 확대한 상태다.

이에 어디까지 원청에 교섭이 가능한지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법원에는 CJ대한통운·현대제철·한화오션·백화점·면세점 노조 등이 같은 쟁점으로 다투고 있어, 이들 사건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중형 가스운반선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중형 가스운반선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임재섭 기자(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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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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