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남편과 장기 기증 희망 등록

노인복지회관에서 일하며 어르신들 끼니 챙기느라 여행도 마다했던 기증자 김옥희(왼쪽) 씨와 남편 박천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노인복지회관에서 일하며 어르신들 끼니 챙기느라 여행도 마다했던 기증자 김옥희(왼쪽) 씨와 남편 박천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노인복지회관에서 조리사로 일하며, 어르신들 끼니를 챙기느라 변변한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했다. 꽃을 좋아해 집 앞 마당에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을 즐겼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6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떠나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여행 한 번 제대로 같이 가보지 못한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김옥희(68) 씨가 전남대병원에서 양쪽 신장과 안구, 폐, 간을 기증했다. 또 장기 외에 뼈와 연골, 혈관 등 인체 조직도 함께 나눴다.

지난달 9일 직장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김 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김 씨의 남편 박천식 씨는 의료진에 먼저 다가가 장기·조직을 기증할 의사를 나타냈다.

부부는 이달 14일이 결혼 20주년이었다. 이들은 그에 앞서 10여 년 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해둔 상태였다. 박 씨는 “아내를 허무하게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아내 생전에 할 수 있으면 장기기증을 하고 가자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었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김 씨는 서울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다 40대 중반에 남편을 만났고, 15년 전쯤 고향으로 돌아갔다.

요리에 재능이 많아 음식 관련 일을 주로 했던 그는 최근까지 노인복지회관에서 조리사로 일하며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겼다.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음식 솜씨도 좋아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주변 사람들과도 두루 잘 어울렸던 김 씨는 하지만 정작 남편과는 여행을 자주 가지 못했다. 남편 박 씨는 “지난해에도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아내는 복지회관 어르신들의 식사 걱정에 끝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그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다니엘라(세례명), 사는 동안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어. 고생 많이 하게 해서 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해.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사는 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못했는데,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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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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