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연 모두발언… “부모의 탈북과 美 참전이 오늘날 나를 만들어”

한·미·일 삼각 동맹 역설… “북한 고통 잘 알아, 강력한 공조 필수적”

참전용사 향한 깊은 사의… “그들이 없었다면 나 역시 태어나지 못했을 것”

화기애애했던 상원 청문회… BTS 농담 속 초당적 지지로 인준 청신호

인사청문회 출석한 주한 미국 대사 후보자 미셸 박 스틸. 연합뉴스
인사청문회 출석한 주한 미국 대사 후보자 미셸 박 스틸. 연합뉴스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 후보자가 미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극적인 가족사를 담담히 풀어내며 의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틸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남편 숀 스틸 변호사와 자녀, 손주 등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한국 속담인 “고생 끝에 낙이 온다”를 한국어로 직접 인용했다.

그는 이어 영어로 “수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고난 속에서 시작됐다”며 “내 부모는 6·25 전쟁 중에 북한을 탈출했다. 부모는 3만6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안전하고 자유로워진 한국에서 가정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일본 거주 시절 아버지가 미국을 희망과 자유, 번영의 등대로 바라보며 자신에게 미국 유학을 권유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아버지의 말은 옳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외교적 질문이 이어졌다.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스틸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말했듯이 내 부모는 공산주의를 피해 북한을 탈출했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잃고 남한으로 와서 다시 일궈냈다. 아버지는 외교관이 돼 일본으로 갔고, 이어 우리는 미국으로 왔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지 우리 모두 잘 안다”며 “그것이 미국과 일본, 한국 간에 매우 강력한 동맹이 필요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피트 리케츠 의원의 질의 순서에서도 그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깊은 사의를 표했다. 스틸 후보자는 “우선, 6·25 전쟁 기간 복무한 모든 한국 참전용사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부모는 북한의 각기 다른 곳에서 한국으로 내려왔고, 그 덕분에 그들이 한국에서 만나고 내가 여기 있다. 그것에 나는 매우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부모의 탈북 과정과 미국의 참전 덕분에 오늘날 자신이 공직자로서 봉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미국의 핵심 가치를 깊이 체득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날 청문회는 초당적인 지지 분위기 속에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빌 해거티 의원은 “내 딸들이 당신의 고향 주(州)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 가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농담을 건네 청문회장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해거티 의원은 이어 고려아연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추진 중인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을 “고도로 전략적”이라고 평가하며 인준 후 최우선 처리를 당부했고, 스틸 후보자는 “인준을 받게 되면 지지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팀 케인 의원 역시 과거 스틸 후보자가 하원의원 시절 한국계 이산가족 국가등록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연대감을 나타냈다. 케인 의원은 “현재 남북관계는 상당히 어렵지만 나는 당신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나는 당신의 인준을 지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혀 인준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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