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군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26척 중 유조선 1척이 20일(현지시간) 해협을 통과했다. 우리나라 선박이 추가로 탈출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는 20일 저녁 “우리 유조선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항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알렸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우리 유조선이 이란 측과 협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유조선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본격화한 전쟁 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첫 한국 선박이 됐다. 지난 4일 비행체 공격으로 파손돼 수리 중인 화물선 ‘HMM 나무’호를 비롯해 25척이 아직 해협 내 발이 묶여있다.

해협을 통과한 배는 한국과 이란 양측의 협의로 선택됐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인 선원이 많다거나 하는 것을 중심으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해당 배에는 총 20명 이상이 탑승해 있고, 한국인 선원은 약 10명이라고 외교부가 밝혔다.

아울러 “모든 배의 자유롭고 조속한 통과를 (이란 측과)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전제로 가능한 범위에서 집중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해협 통항’을 기조로 삼아온 만큼 앞으로도 이란 측과 자유 통항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우리 당국 입장에선 나무호 피격 사건을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25척 조기 탈출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이 사실상 공격 주체로 강하게 추정되는 상황에서 대이란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나무호 피격과 한국 선박 탈출을 같은 테이블에 올려두고 이란 측과 협의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기류다. 공인된 국제 수로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자국 선박을 향한 공격을 공개적인 협상 카드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단 취지다.

이란군 무력 영향권에서 이란을 크게 자극할 필요는 없단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현 장관은 ‘나무호 공격을 선박탈출 협상용으로 쓰느냐’는 외통위 질의에 “저희는 처음부터 ‘모든 선박이 자유로운 통행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은 협상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 유조선의 첫 해협 통과가 나무호 피격에 따른 이란 측의 ‘양보’라기보다는 외교장관 특사 파견, 장관 간 4차례 통화 등 관계 관리 노력의 산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해협 내 우리 선박들의 안전과 통항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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