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N% 용인 땐 일파만파
삼성바이오·기아 등 연쇄 파장
사업부 이상 부문배율 수용 불가
적자부서 성과급 몰아주는 꼴
실적 30% 흑자 DX부문 제외
5만명 소외에 정체성 의문도
전문가 “교섭 아닌 경영영역”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노조의 파업 압박에도 ‘성과주의’ 원칙을 지켰다.
100조원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 손실에 대한 우려보다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결단이다.
재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가 당장의 손실만 따져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산업계 전반에 성과급 배분 요구가 폭주하는 대혼란이 초래됐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 LG유플러스 등 다수 대기업들이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의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였다면, 다른 노조들도 비슷한 요구안을 제시한 명분이 생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삼성 가족’도 지켜냈다.
삼성전자 사측은 20일 오전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중재한 2차 사후조정 결렬 직후 입장문을 내고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사측은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사측이 중노위의 조정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배경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 등 DS부문의 적자 사업부에도 거액의 성과급을 달라는 노조 측의 요구사항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배분하자고 요구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메모리사업부와 같은 DS부문이기 때문에 70%의 비율을 공평하게 나눠갖게 된다.
메모리는 올해 30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추산이 나오지만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이 거의 비슷한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측은 부문 40%, 사업부 60% 수준까지는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에서도 부문 배율 비중이 사업부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지켰다.
사측은 또 반도체 외 세트(완제품) 영역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 교섭위원으로 참여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측은 이번 교섭에서 스마트폰·TV·가전 등 세트(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을 아예 제외했다.
DX부문 직원 수도 5만여명이다. DX부문은 작년 연간 1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회사 전체 실적(43조6000억원)의 30%를 책임졌다.
적어도 적자 사업부문보다는 더 받을 자격이 있었음에도, 초기업노조는 대다수의 조합원이 속한 DS부문만 챙겼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부문 간 칸막이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며 “5만명에 달하는 DX부문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DS부문 내에서도 적자 사업부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노조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화 요구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다른 기업도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업이익 20%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을 비롯해 기아와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30%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정당성을 인정할 경우, 내년에 영업이익의 50%를 달라고 하면 막을 수 있겠느냐”며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는 것은 경영상의 문제다. 교섭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6일 해외출장 중 긴급 귀국해 6년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회장은 “노조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당부했다.
이는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 관련 이후 6년 만으로, 이 회장이 노조뿐 아니라 정부, 주주 등 사회 전반을 향해 보낸 메시지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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