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급등에 고정형 주담대 상단 7.12%

당장 낮은 금리에 변동형 비중 39.2%로 ↑

코픽스 반등에 상환 부담 확대 우려도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다음 달 서울 아파트 매매 잔금 납부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방식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변동형을 선택했다. 고정형은 앞으로 금리가 올라도 이자 부담을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 월 상환액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A씨는 "고정형이 안정적이라는 건 알지만 당장 매달 내야 할 이자가 너무 커 변동형을 택했다"며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안하지만 지금 부담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 상단이 다시 연 7%를 넘어서면서 차주들의 선택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형 대출로 쏠리고 있다.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 여파로 고정형 금리가 먼저 뛰자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가 변동형으로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변동형 대출은 기준금리와 코픽스 등 시장금리 변동이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여서 향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차주의 이자 부담이 뒤늦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4.29~7.12%로 집계됐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43~6.03%였다. 금리 하단 기준으로는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0.86%포인트(p), 상단 기준으로는 1.09%p 높은 수준이다.

A씨가 6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변동형 상단 금리인 연 6.03% 적용 시 매달 360만8884원을 갚아야 한다. 반면 고정형 상단 금리인 연 7.12%를 적용하면 월 상환액은 404만286원으로 늘어난다. 매달 약 43만원, 연간 500만원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차주 입장에서는 향후 금리 상승 위험을 알면서도 당장의 상환 부담이 작은 변동형을 선택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신규 주담대에서 변동금리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39.2%로 전월보다 10.3%p 상승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전 11.8%와 비교하면 세 배 넘게 커졌다. 전체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도 64.5%로 1년 전보다 22%p 이상 확대됐다.

고정형과 변동형의 금리 차이가 벌어진 것은 두 상품이 따라가는 지표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통상 은행채 5년물 등 장기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날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4.240%를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우려와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이 맞물리면서 장기채 금리가 먼저 뛰었고, 이는 고정형 대출금리에 빠르게 반영됐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는 코픽스 등 단기성 지표금리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코픽스는 은행이 예·적금과 금융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비용을 반영하는 지표인데, 그동안 예금금리 하락 영향으로 최근까지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2월 2.82%에서 3월 2.81%로 내려가며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고정형보다 낮게 유지됐다. 장기채 금리가 먼저 뛰어 고정형 금리를 밀어 올린 반면, 코픽스는 하락 흐름을 이어가면서 두 금리 간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변동형 금리도 더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89%로 전월보다 0.08%p 올랐다. 코픽스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은행권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코픽스와 은행 조달금리도 추가로 상승하고 이는 변동형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당장은 고정형보다 낮은 금리 때문에 변동형을 선택했더라도 향후 금리 상승분이 누적되면 차주의 월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변동금리 쏠림이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커지면 시장금리 상승분이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더 빠르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당장 낮은 금리를 선택한 차주일수록 향후 금리 변동에 노출되는 폭도 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정형 금리가 장기채 금리를 따라 먼저 오르면서 차주들이 변동형을 선택할 유인이 커졌다"며 "다만 변동형은 금리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재 금리 차이만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향후 상환 여력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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