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다. 이란 전쟁과 물가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지금 '힘센 대통령'보다 '민생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이는 NYT·시에나대의 여론조사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트럼프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9%에 달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란 전쟁에 대한 민심의 급격한 이반이다. 응답자의 64%가 이란 전쟁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무당층에서는 73%가 부정적이었다. 미국 정치에서 무당층은 단순한 중간지대가 아니다. 선거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는 단순한 여론 악화가 아니라 정치적 경고음에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사회가 전쟁 자체보다 '전쟁의 비용'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55%는 '이란 전쟁이 그 비용을 치를 만큼 가치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개인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답변도 44%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반전(反戰) 정서를 넘어 경제적 현실과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이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 주거비 상승으로 연결되는 생활 경제의 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전쟁 부담이 결국 국민 개인에게 돌아온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경제 지표에 대한 여론은 냉혹했다. 경제 정책 지지율은 33%, 물가 대응 지지율은 28%에 머물렀다. 미국 경제의 현 상황을 '나쁘다'고 평가한 유권자는 49%로 집계됐다. '그저 그렇다'는 27%였다. 절반 가까운 미국인들이 현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민심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가상대결에도 반영됐다. '오늘 선거가 열린다면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가 민주당 후보를, 39%는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만약 현재 흐름이 유지된다면 공화당은 의회 권력 유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는 수차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온 인물이다.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방식으로 여론의 흐름을 바꾸고, 지지층을 재결집시키는 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민심의 우선 순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누가 더 강한가"보다 "누가 내 삶을 안정시키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최대의 적은 민주당이 아닐 수도 있다. 출구는 안 보이고 부담만 커지는 전쟁, 급등하는 물가, 그리고 불안해진 미국인의 일상 등이 그의 진짜 적이다. 결국 민심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로 향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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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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