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중복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특별결의, 거래소 판단에 따른 부분적 의무화 등이 거론됐다.
한국거래소는 20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신규 중복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중복상장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이다.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훼손 우려가 부각되며 금융당국은 이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동의 의무화 수준을 △이사회 중심 자율화 △부분적 의무화 △전면적 의무화 등 3가지로 제시했다.
이사회 중심 방식은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보호 절차와 소통 노력을 충분히 수행했다면 의무적 주주동의 없이 결정하도록 하는 안이다.
부분적 의무화는 분할 자회사 상장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큰 경우에만 거래소 판단 아래 주주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전면적 의무화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복상장에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주주동의 방식으로는 상법상 특별결의,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적용,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만 참여하는 소수주주 다수결 등이 거론됐다.
패널 토론에서는 규제 강도를 둘러싼 견해차도 드러났다.
기관투자자 측에서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며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와 MoM 방식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왕수봉 아주대 교수도 계열사 간 계층상장 구조가 핵심 문제라고 지적하며 MoM 방식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기업 자금조달과 투자 생태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경수 대신증권 기업공개(IPO)본부장은 주주총회 참여율과 해외 투자자 의결권 확보의 현실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이사회 중심 구조 또는 제한적 의무화가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거래소가 상장심사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봤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제도 설계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현실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주주보호 필요성을 원칙으로 하되 다양한 사안을 단순화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기업 성장과 투자자 보호 간 균형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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