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3권에 대해 “개인 이익 관철 위한 집단적 힘 아냐”

반도체 등 경제 충격 우려해 노사 갈등에 실용적 접근

“최종 조정 책임은 정부”… 21년 만의 강제 개입 시사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사진)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를 앞두고 노조 지도부를 향해 유례없이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소년공 출신으로서 노동계 입장을 대변할 것이란 통념을 깨고, 국가 경제와 공동체를 앞세운 ‘실용주의적 개입’에 나선 것이다. 쟁의 행위의 ‘적정선’을 거론하며 정부의 최종 조정을 언급했다. 이는 파업 강행 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 행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3권은 오로지 개인 몇몇의 이익만을 관철하라고 집단적 힘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며 “약자를 위한 헌법적 장치에는 연대와 책임이라는 매우 중요한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권 보장이라는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앞세운 극단적 이익 추구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기업에는 투자자, 소비자, 연관 생태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음을 짚으며 “일방적으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의 핵심 쟁점인 ‘세금 공제 전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배분’ 요구도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공동의 몫인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손실과 위험을 부담한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 요구가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서 벗어났음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파업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헌 헌법의 ‘기업이익 균점권’을 언급하면서도 “공공복리 등을 위해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해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러한 발언 이면에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국정 기조가 깔려 있다. 이념적 잣대보다는 국익과 경제라는 현실적 가치를 우선에 두겠다는 통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이 대통령이 “선을 넘을 때에는 사회 전체 공동체를 위해 주어진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 그 모든 조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발언한 대목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 제76조에 따라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강제 조치로, 즉각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이후 발동된 사례가 없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긴급조정권 검토를 시사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사측이 수용하지 않은 조정안에 섣불리 개입할 경우 뒤따를 절차적 부담 등을 고려해 당장은 자율교섭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렬된 직후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노사를 불러 재협상을 중재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2
  • 좋아요 3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