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 "공장 증설 시간 걸려"
마이크론·삼전닉스도 주가 하락
Fed 고금리 정책 투자위축 불러
AI인프라 구조적인 한계도 영향
인공지능(AI) 발(發)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곧 정점을 지날 것이라는 '메모리 피크아웃'(정점 후 둔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시게이트(Seagate)가 공장 증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마이크론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파업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메모리 초호황까지 꺾이면 우리나라의 2%대 경제성장률 전망은 위태로워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삼성전자가 예고대로 18일 동안 총파업을 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최대 0.5%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비공개 분석 보고서를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AI 메모리 수요까지 급감하면 우리나라는 수출의 30% 이상을 견인하는 하나뿐인 성장 엔진을 잃게 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 보도 등에 따르면 데이브 모슬리 시게이트 최고경영자(CEO)는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생산능력 확대 계획과 관련해 "기존 팀을 철수시키고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생산능력은 늘어나겠지만 기술의 성장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슬리 CEO는 향후 4~5개 분기 동안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제하긴 했으나, 증설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답한 것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시게이트 주가가 6% 넘게 급락했고,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 등 메모리 관련 종목들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마이크론 주가는 681.54달러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724.66달러) 대비 5.95%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 약세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1.96% 내린 27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역시 5.16% 빠진 174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속도조절 가능성이 이 같은 주가 하락을 촉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면 결국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약해진다는 논리다.
에너지 등 AI 인프라 구축의 구조적 한계도 메모리 피크아웃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또 데이터센터 건설에 드는 시간은 1~2년에 불과하지만 이를 위한 고압 송전선로 구축에는 7~10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불균형이 AI 성장 속도를 저하시키고, 메모리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AI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다는 반론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D램 현물가격 조정에 대해서도 "피크아웃이 아니라 급격한 가격 상승 이후 일부 유통 물량이 시장에 유입되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중동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국제정세 불확실성은 'AI 피크아웃'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에 속도조절을 할 좋은 명분이 생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병목현상은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 상승, 메모리 업체 협상력 우위 지속, 반도체주 실적 개선과 같은 주도 내러티브가 훼손된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상현·김지영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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