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채권시장 악재 언제까지 외면 가능할지 의문”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채권 시장은 급락세를 보이며 두 시장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4월 초 중동 전쟁의 일시적 휴전 이후 기술주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약 12% 상승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일부 대형 기술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채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금리가 급등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FT는 주식 시장이 AI 중심의 성장 기대와 유동성에 기반한 낙관론에 기대고 있는 반면, 채권 시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금리 부담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시장이 서로 다른 거시경제 시나리오를 반영하면서 ‘이중 트랙’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괴리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뱅상 모르티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며 문제는 시점”이라며 “최근 몇 주 사이 시장의 내러티브와 투자 포지션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티케하우 캐피털의 라파엘 튀앙 자본시장전략 책임자도 “사상 최고 주가와 축소된 크레딧 스프레드, 극단적 강세 심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리와 에너지 시장은 경기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며 “현재 랠리는 과도하게 연장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시장 과열 신호도 감지된다.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는 1년 후 인플레이션 스와프 금리는 이날 2025년 초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만디 쉬 책임자는 단일 종목 옵션시장 분석 결과 “고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강세 베팅이 약화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지표는 2021년 밈 주식 열풍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FT는 이번 상승장이 소수 AI·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와 달리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STOXX600 지수는 전쟁 이전 수준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반론도 존재한다. 트리니티 브리지의 자일스 파킨슨 주식부문 책임자는 “최근 주가 상승은 여전히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고유가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은 실제 충격이 나타나기 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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