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 70%·사업부 30% 갈등

“적자부문과 성과급 비슷해져”

DS외 사업부 실적별 지급 주장

최승호 위원장 “DX 못해먹겠다”

합의해도 경영진 리더십 과제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사업부문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전선은 이제 반도체-비(非)반도체 간 갈등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다툼 양상까지 복잡해졌다.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물론 단톡방과 사내 커뮤니티에서도 공개적인 비판발언은 물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남보다 못 한 식구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노사 갈등에 이어 사업부문 노노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하면서 과거 ‘관리의 삼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삼성전자 인사·경영관리의 명성은 무색해졌다. 경영진은 이번 노사 갈등과 별도로 사업부문 간 갈등까지 조율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대국민 사과문에서 호소한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말했지만, 실현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삼성 내외부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에서 노사는 부문 공통 재원과 사업부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놓고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한두가지 쟁점을 놓고 이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 대표로 나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면서 이를 부문 70%, 사업부 30% 비중으로 할당하자고 주장해 왔다.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DS부문 한정)에 똑같이 나눠주고, 나머지 30%는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초호황을 맞은 메모리와 적자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간 성과급 액수 차이가 확 줄어든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그러자 메모리반도체 소속 직원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반도체연구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 “만년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시스템LSI가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노조 지도부가 부문 70%를 계속 고집한다면 메모리와 공통조직 직원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직원은 “메모리가 돈을 벌었으면 메모리 사업부와 메모리 연관성이 높은 공통조직에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며 “이후 남는 재원으로 적자 사업부를 챙겨주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지적했다.

사측도 부문 공통 재원이 과도하게 많아질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들과 흑자 사업부가 거의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가 중심인 DS부문과 모바일·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간 갈등은 이제 막말까지 오가는 지경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6시58분쯤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서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라며 “전삼노, 동행 너무하네요. DX 솔직히 못해먹겠네요”라는 메시지를 남겨 논란을 빚었다.

초기업노조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스마트폰·TV·가전 등 세트(완제품) 사업을 맡는 DX부문을 사실상 제외시켰다. 이에 DX 노조의 탈퇴 러시가 이어지면서 한때 7민6000명을 웃돌았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1000명 대로 감소했다.

최 위원장은 잠시 뒤 진화에 나섰지만, 캡처본은 블라인드 등 사내 커뮤니티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다. 한 직원은 사내 커뮤니티에 “(최 위원장이)DX부문 직원들로부터도 조합비를 받아가면서 DX부문을 대표하는 노조가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런 노조라면 가처분이 인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내부에서는 최 위원장이 조합원 총의를 모을 기회를 묵살하고, 지난 13일 독단적으로 조정 결렬을 선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초기업노조 집행부가 설립 후 3년간 대의원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쟁의 과정에서도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 사태가 노사뿐 아니라 노조와 주주 간, 노조 간, 본사와 협력사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빈부격차 등 복잡한 사회적 갈등 양상을 일거에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홍 강원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한국 경제의 혁신 성장과 이해관계자 갈등’ 세미나에서 소액주주-노조 갈등, 노노(사업부 간) 갈등을 비롯해 공급망(고객·협력업체) 이슈와 정부·사회로 파장이 확산한 점 등을 문제로 거론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조직을 다시 추스르기 위한 경영진 리더십이 최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 직원들이 추후에도 더 큰 성과급 요구를 할 여지가 남아있는 점, DX 부문 직원들이 받은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해소시키는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또 삼성전자 내부뿐 아니라 타 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심화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쟁도 이번 파업 과정에서 나온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언급한 ‘국민배당금(가칭)’도 그 연장선이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활동으로 얻은 성과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면서도 “협력업체 지원 등 기술 생태계 강화와 산업 성장 기여를 위한 국가 차원의 재분배와 같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장우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