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걸프국 공격보류 요청 전하며 “협상 필요”

이란 ‘고농축핵 러 이전, 핵개발 20년 중단’ 전달

한편에선 재공격 위한 만반의 준비 하라고 지시

확전 통한 해결 보장 없고, 중간선거 부정적 여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을 내세우며 이란에 대한 재공격을 보류했다.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지역 동맹국 지도자들로부터 공격 보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국 지도자들이 현재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 중이며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고 밝히며, 19일로 예정됐던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하지 말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미국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타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전면적인 확전으로 나아가는 대신 이란에 마지막 ‘협상 기회’를 주며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화전 양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미·이란 종전 협상의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의 새로운 수정 협상안이 전달되면서 외교적 대화는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14개항 규모의 새 제안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를 러시아로 이전하고, 이란의 핵 개발을 향후 20년간 포기하거나 장기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는 지극히 냉담하다. 백악관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이란의 제안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미국이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우라늄 농축의 전면 중단과 기존 고농축 우라늄의 구체적인 인도 방식 등에서 치명적인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수정안에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핵보유 저지의 확실한 성과가 담기지 않은 합의에는 그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처럼 이란의 제안이 미국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시 즉각 군사행동을 재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며 전쟁부에 지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군 수뇌부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에게 수용 가능한 최종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즉각 전면적이고 대규모적인 타격을 개시할 수 있도록 미군의 준비 태세를 철저히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소집해 군사옵션 재개 여부를 저울질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약속이 없을 경우 결국 ‘폭탄을 통한 대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 대치와 군사적 위협의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하기 어려운 복잡한 정치·경제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기습 공격 이후 12주 차에 접어든 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 내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군사적 확전을 선택한다고 해서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킬 수 있다는 확실한 돌파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더욱이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장악력을 시험하는 당내 경선이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와 유가 추가 상승은 공화당 내 반대파와 야당인 민주당에 강력한 정치적 빌미를 제공해 경선 및 본선 가도에 치명적인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난주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확실한 분쟁 해결 지원을 얻지 못해 초조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당장의 확전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외교적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다고 재공격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닌,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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