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 빚 1993조 돌파
4월 대출 반영 땐 1996.6조
6월 중 2000조 돌파 전망
우리나라 가계신용(빚)이 199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여기에 이미 4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3조5000억원 더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1996조원대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5~6월에도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와 주택거래 증가분 반영이 이어질 경우 올해 2분기 말 사상 첫 2000조원 돌파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4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1979조1000억원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대출에 카드 결제 전 사용액인 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를 뜻한다.
1분기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관련대출(주담대·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 등)과 '빚투'성 자금 수요가 함께 밀어올렸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관련대출은 1178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조1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4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기타대출 증가폭 확대 배경으로 증권사 신용공여 확대를 꼽았다.
이혜영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1분기 증권사 신용공여액이 7조3000억원 증가해 지난 4분기(3조3000억원) 수준을 크게 웃돌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빚은 2분기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이 추가로 늘었다. 이를 1분기 말 잔액에 단순 합산하면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1996조6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00조원까지는 3조4000억원가량 남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다시 커진 점이 지표를 자극하고 있다. 4월 전체 금융권 주담대는 5조5000억원 늘어나며 전월 증가폭(3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은행권 주담대가 2조7000억원 늘며 전월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고 제2금융권 주담대도 2조8000억원 증가했다.
5월 들어서는 신용대출 증가세까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1523억원으로 4월 말(104조3413억원) 대비 1조8110억원 늘었다. 보름 새 신용대출만 1.7% 증가한 것이다. 최근 증시 활황 속 개인 투자자의 '빚투' 수요가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증가세를 자극할 경우 2분기 말 가계부채 2000조원 돌파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만으로는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는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급을 강제로 동결하는 아주 강력한 정책을 쓰지 않는 한 관리가 쉽지 않다"며 "금리 인상 기대가 낮거나 통화정책 대응이 지연될 경우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돈을 당겨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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